[OSEN=잠실, 한용섭 기자] 잠실구장을 가득 채운 2만3750명 만원 관중 앞에서 은퇴식이 열렸다. 프로야구 선수로서 쉽게 경험할 수 없는 기회, 영광된 자리의 주인공으로 나선 LG 정주현은 부담된다고 쑥스러워했다. 

24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한화 이글스-LG 트윈스 경기에 앞서 정주현의 은퇴식이 열렸다. 정주현은 아내, 아들과 함께 참석했다. 은퇴식이 열리기 전 김인석 LG 트윈스 대표이사는 정주현의 아내를 찾아가 “선수 때 가족들이 희생하며 고생했는데, 이제 코치로서도 잘 할 수 있게 잘 챙겨달라”며 감사 인사를 했다. 

LG 구단은 정주현에게 감사패, 기념 액자, 꽃다발, 사인 유니폼 액자 등을 전달하며 축하했다. 은퇴식이 끝나고 정주현은 이날 경기 시구자로 나섰다. 

정주현의 입단 동기들이 축하해주러 나왔다. 최동환이 공을 받기 위해 포수 자리에 앉았고, 오지환이 좌타자 타석에 들어섰다. LG에서 뛰다가 지난해 한화로 FA 이적한 채은성은 우타자 타석에 자리를 잡았다. 4명은 2009년 드래프트 때 LG에 함께 입단한 동기들이다. 

LG 구단은 정주현의 은퇴식에 이들 4명이 함께 할 수 있게 24일 한화전으로 정주현 은퇴식 날짜를 잡았다. 정주현은 은퇴식을 마치고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은퇴식이 부담스러워서 최대한 간단하게 해달라고 구단에 요청했다”며 “은성이 때문에 한화전으로 정한 것 같은데, 부담스러웠다. 개막전 시리즈인데다 혹시 어제 개막전 질까봐 걱정도 했다. 지환이가 꼭 이기겠다고 하더라”고 개막 시리즈에서 만원 관중들 앞에서 은퇴식을 치른 부담감을 드러냈다. 

정주현은 은퇴식을 치른 소감으로 “해보니까 울컥하긴 한다. 가족들 영상을 보니까, 메시지 전달 이런 건 몰랐었는데, 그 때 조금 놀랐고 가장 울컥했다”고 말했다. 

동기들과 훈훈한 시구 장면을 보여줬다. 시구를 준비할 때 채은성과 오지환이 일부러 타석에 바짝 붙어서 던지기 곤란하게 만들자, 정주현은 뒤로 물러서라고 손짓을 했다. 정주현은 “넷이서 단체 채팅방이 있다. 어제부터 많이 놀리더라. 꼭 울어야 된다고 했는데, 눈물이 안 나오더라”고 말했다.  

정주현은 지난해 LG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고, 정주현은 33세 이른 나이에 은퇴를 결정했다. 구단은 젊은 내야수들이 많아지면서 정주현에게 은퇴 후 코치를 제안한 것이다.

정주현은 ‘은퇴 시기가 좀 빠르지 않았나’라는 말에 “그런 질문을 많이들 하더라. 선수로 더 하면 좋긴 좋은데, 솔직히 (선수로 더 뛰기 위해) LG가 아닌 다른 팀으로 가기는 싫었다. 그래서 좋은 기회(코치 제안)가 왔을 때 일찍 시작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서 은퇴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정주현은 LG에서 뛰며 내야수에서 외야수로 전향했다가 다시 내야수로 돌아왔다. 2018~2020년에는 LG 주전 2루수로 활약했다. 2022년 1군에서 한 경기도 뛰지 못했는데, 지난해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포함돼 4차전 대수비로 출장하며 처음이자 마지막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선수 시절을 돌아본 정주현은 “이천에 있는데 후배들이 내 기록을 보더라. 별것 없긴 한데, 2군에서도 1군에서도 많이 뛰어봤다. 주전도 해보고, 2군 생활도 많이 해보고, 경험은 그래도 많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경험들이 코치로서 자산이 될 것이다. 정주현은 잔류군 주루·내야수비코치를 맡고 있다. 그는 “수비도 보고, 주루도 보고 있는데, 주루에서 알려줄 수도 있고, 내야 수비도, 외야 수비도 알려줄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다양한 포지션을) 많이 해봤던 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시즌으로는 지난해 우승을 꼽았다. 정주현은 “작년 우승했을 때,  경기는 많이 못 뛰었지만, 1년 동안 쭉 있으면서, 지난해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개인적으로는 2019년 준플레이오프가 생각났다. 그때 올라갔으면 더 잘했을 수 있었을 텐데 이런 생각도 든다”고 말했다. 

이제 코치로 새 출발을 시작했다. 정주현은 “지금 2개월 차인데 진짜 힘들다. 선수 때는 그냥 진짜 밥상을 차려주면 떠먹기만 하면 됐는데, 코치는 훈련 준비부터 끝나고 준비, 또 내일 어떻게 할지 준비, 정말 힘든 것 같다. 선수들은 쉴 시간도 있는데, (직접 해보니) 코치님들이 정말 고생 많이 하셨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2군에 있는 선수들이 많다. 선수 때는 잘 몰랐는데, 정말 열심히 하는 선수들이 많다. 그런 선수들이 잘됐으면 좋겠는데, 마음처럼 안 될 때마다 내가 속상하고 그렇다. 열심히 하는 선수들이 내가 더 움직이면 그 선수들이 더 열심히 할 수 있는 것 같더라. 내가 더 많이 움직여야 할 것 같다”고 각오를 밝혔다.

코치의 업무가 선수들 훈련을 돕는 것만이 아니다. 브리핑 등 보고서, 자료를 직접 만들어야 한다. 익숙하지 않은 컴퓨터 작업을 해야 한다. 

정주현은 “많이 배우고 있다. 처음 하는 일이니까. 어떻게 하는 것인지 처음에는 몰랐다. 지금도 컴퓨터를 많이 배우고 있다. 훈련 외 시간은 거의 다 컴퓨터에 시간을 쓴다. 인터넷 강의도 듣고, 컴퓨터를 잘하는 직원이 있으면 물어보기도 한다"고 말했다.  

정주현 2009년 신인드래프트 2차 5라운드(36순위)로 LG에 입단했다.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15년 동안 LG에서만 뛰었고, 통산 762경기에 출장해 타율 2할3푼7리(1653타수 392안타), 18홈런, 153타점, 260득점, 68도루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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