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조형래 기자] 10년 넘게 함께한 ‘동반자’ 미즈하라 잇페이의 도박 사건의 피해자라고 주장하는 오타니 쇼헤이(LA 다저스)가 드디어 입을 연다.
‘LA타임즈’등 현지 언론들은 25일(이하 한국시간), ‘오타니가 오는 26일 LA 에인절스와의 프리웨이 시리즈 경기를 앞두고 최근 벌어진 미즈하라 잇페이의 도박 사건에 대해 처음으로 입장을 발표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지난 20~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MLB 월드투어 서울 개막시리즈를 진행하던 중, 오타니의 통역이자 매니저로서 함께 주목을 받았던 미즈하라 잇페이가 해고 통보를 받았다.
미즈하라는 불법 스포츠 도박을 했다는 혐의였다. 업체를 운영한 마권업자 매튜 보이어가 연방 정부의 수사를 받고 있는 도중, 미즈하라는 보이어가 운영한 도박 업체에 최소 450만 달러의 빚을 졌다. 이를 수사하고 추적하던 미국 스포츠매체 ‘ESPN’은 지난해 오타니의 계좌에서 보이어의 계좌로 수차례 50만 달러씩이 송금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미즈하라는 ‘ESPN’과의 독점 인터뷰에서 “오타니에게 나의 상황을 설명했다. 오타니는 기분이 좋지 않았지만 이런 문제가 다시 생기지 않게 나를 도와주겠다고 했다. 난 빚을 갚기 위해 송금을 해야 한다고 말했고, 오타니는 그게 불법인지 아닌지 묻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ESPN이 이를 기사화 하기 직전 오타니의 변호인 측이 미즈하라가 오타니의 돈을 절도했고 오타니는 대규모 절도 피해자라고 반박했다. 이에 미즈하라도 “오타니는 도박 빚을 알지 못했고, 돈을 송금하지 않았다”고 번복했다. 미즈하라는 오타니는 절대 도박에 관여하지 않았다고 말하면서 오타니의 연루에 선을 그었다.
하지만 현지 언론에서는 오타니가 미즈하라의 불법 도박을 몰랐을 리 없다면서 오타니의 연루 의혹을 끊임없이 제기했다. 이에 미국 메이저리그 사무국과 오타니와 미즈하라 사태를 예의주시하면서 진상 조사에 착수했다. 미국 연방법에 의하면 오타니가 직접 도박에 관여하지 않았더라도, 미즈하라의 불법 도박 사실을 알고 빚을 대신 갚아주기 위해 송금을 했다면 불법 도박에 관여했다는 혐의를 받을 수 있고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만, 미즈하라 사건의 시발점인 보이어는 줄곧 오타니와는 전혀 일면식도 없다고 일관되게 주장하고 있고 직접적으로 도박에 연루됐다는 어떤 증거도 발견되지 않았다. ‘USA투데이’의 밥 마니팅게일 기자는 ‘오타니가 벌금 이외의 다른 징계를 받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 오타니의 가장 큰 범죄는 불법 도박업자의 빚을 갚기 위해 돈을 보내는 것이 불법이라는 것을 알면서 도박에 빠진 절친을 도와주려고 한 것일 수도 있다’라면서 출장정지 등의 중징계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타니 측과 다른 현지 언론들은 서울시리즈 1차전이 끝나고 미즈하라가 클럽하우스에서 자신이 불법 도박으로 조사를 받고 있고 기사가 나올 것이라는 사실을 밝히고 용서를 구할 때까지 오타니는 이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전하기도 했다. 미즈하라는 오타니가 돈을 갚아줬다고 얘기를 하자 뒤늦게 상황을 파악했고 이후 미즈하라 사건의 전말을 알게 됐다고 한다. 지난 2013년 니혼햄 파이터스 시절부터 인연을 맺어왔고 2018년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 통역을 넘어 개인 매니저로서 함께하고 의지했던 커리어의 동반자였는데 한 순간에 배신을 당했고 또 기만까지 당한 것이다.
결국 오타니는 미즈하라와 ‘손절’ 절차를 밟았다. 오타니가 있는 곳에는 언제나 미즈하라가 있었다. 비즈니스 관계 이상의 우정과 신뢰 관계를 쌓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오타니가 자신을 기만까지 하려고 했다는 사실에 배신감이 큰 듯 하다. SNS상에서 미즈하라와 관련된 게시글을 모두 삭제했다. 그리고 오타니는 이 사건에 대해 직접 입을 열기로 결정했다.
25일, 에인절스와의 프리웨이 시리즈를 앞두고 다저스 데이브 로버츠 감독은 “오타니가 기자회견을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가 알고 있는 것에 대해 전부 말하고 전체적인 상황에 대해 그의 생각을 밝히는 것이 기쁘다. 그것이 우리에게 좀 더 명확한 사실을 알려줄 것이라고 생각한다”라면서 오타니의 기자회견 소식에 지지를 보냈다.
미즈하라가 불법 도박에 연루됐고 또 오타니를 이용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새로운 의혹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미국 ‘NBC 로스앤젤레스’는 지난 23일, 미즈하라의 학력 위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매체는 ‘그동안 미즈하라는 캘리포니아주 리버사이드대학 출신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해당 대학에 확인한 결과 미즈하라라는 이름의 재적 기록은 없었다’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미즈하라는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했고 미국에서 대학까지 모든 학업을 마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2010년 보스턴에서 활약한 오카지마 히데키의 통역으로 야구계에 몸담기 시작했고 2013년 일본 니혼햄 파이터스의 투수 크리스 마틴의 통역으로 오타니와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10여년이 넘는 세월 동안 오타니와 함께했지만 오타니의 등에 직접 칼을 꽂았다. 오타니가 과연 기자회견에서 어떤 입장을 표명할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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