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잠실, 한용섭 기자] 3월 24일 오후 7시 잠실구장, 이날 한화-LG 경기가 오후 5시4분에 끝났고, 경기 종료 후 2시간 가량 지난 시간이었다. LG 선수들의 주차구역에 단 1대의 승용차만 남아 있었다. 주인공은 베테랑 투수 김진성(39)이었다.
때마침 김진성이 나왔고, ‘왜 이리 늦게 퇴근하느냐’라고 한마디 건네자, 김진성은 “운동 하고 나오느라 지금 퇴근한다”고 답했다. 그때까지 주차장 밖에서 기다리고 있던 몇몇 LG팬들이 김진성을 향해 ‘사인 부탁해요’라고 외치자, 김진성은 피곤한 기색 없이 팬들에게 다가가 사인을 해줬다.
이날 경기에 등판한 김진성은 경기를 마치고 보강 운동을 하고서 퇴근한 것. 지난 겨울 비시즌에는 새벽 6시에 운동을 하러 가장 먼저 잠실구장에 나왔던 김진성은 시즌이 개막하자 가장 늦게 퇴근하는 선수가 됐다.
김진성은 23~24일 한화와 개막 시리즈에서 2경기 모두 등판했다. LG 불펜에서 2경기 모두 던진 투수는 김진성이 유일했다. 2경기 2이닝 4탈삼진 무피안타 무실점 완벽투였다.
염경엽 감독은 개막전에 앞서 “선발에 이어 2번째 투수로는 김진성이 나간다. 선발이 주자를 놔두고 내려올 수 있기에 경험이 가장 많은 진성이가 제일 먼저 나간다. 진성이가 좀 어려움을 겪으면, 구위가 가장 좋은 필승조가, 명근이가 됐든 승현이가 됐든, 2번째로 나갈거다”고 불펜 운영에 대해 말했다.
김진성은 23일 개막전에서 선발 엔스에 이어 6-2로 앞선 7회 등판했다. 최재훈을 삼진, 정은원을 3루수 파울플라이, 페라자를 삼진으로 깔끔하게 처리했다. 공 9개로 삼자범퇴.
24일 경기에도 선발 임찬규에 이어 1-3으로 뒤진 7회 마운드에 올랐다. 선두타자 문현빈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고, 앞서 2타수 2안타를 때린 하주석을 좌익수 뜬공으로 처리했다. 이재원을 헛스윙 삼진으로 잡고 삼자범퇴로 끝냈다.
개막 시리즈에서 누구보다 ‘열일’을 한 김진성은 보강 운동을 빼먹지 않고. 자기 관리에 시간을 아끼지 않았다. 베테랑의 위치에서 몸 관리를 잘 해야 상대 타자들과 승부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지난해 김진성은 80경기에 등판, 38세 시즌에 개인 최다 출장 기록을 세웠다. 리드하거나, 접전이거나, 추격하거나 여러 상황에서 수시로 등판해 ‘또진성’으로 불리기도 했다. 불펜에서 가장 빨리 몸을 푸는 편이라, 선발이 위기 상황을 만들면 호출됐다.
어느 상황에서든 자기 몫을 해내며 5승 1패 4세이브 21홀드 평균자책점 2.18의 커리어하이 성적을 기록했다. 2020년 NC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경험했던 김진성은 개인 2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그러나 정규시즌 80경기(70⅓이닝)을 소화한 김진성은 한국시리즈에서 던지며 결국 탈이 났다. 복부 복직근 부상을 당한 것. 야구 선수가 잘 다치지 않는 복부 가운데 근육으로 ‘희귀’ 부상이었다.
김진성은 KT와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투구하다 부상을 입었다. 4회 2사 만루 위기를 실점없이 막아냈지만 복부에 통증이 온 것. 이후 4~5차전에는 등판하지 못했다. 2경기 1이닝 무피안타 2볼넷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개인적으로 한국시리즈 8경기 연속 무실점을 이어갔다.
비시즌 부상 회복에 시간이 걸리면서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실시한 1군 스프링캠프에 참가하지 않았다. 김진성은 이천 LG챔피언스파크의 2군 캠프에서 차근차근 몸을 만들었다. 시설만큼은 LG챔피언스파크는 1군 캠프를 치러도 괜찮은 환경이다.
김진성은 “외부에서 피칭만 빼면 몸 만들기는 이천이 더 좋다. 여기는 동선이 짧아서 운동하는데 시간을 잘 활용할 수 있다. 밤에도 숙소에서 내려야 할 수 있고. 사우나를 좋아하는데 여기 사우나 시설도 좋다”고 말했다. 이천에서 서두르지 않고 회복과 훈련에 집중한 김진성은 개막전부터 최상의 몸 상태와 투구를 보여줬다. 올해도 불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로 활약할 전망이다.
/orang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