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하던 사람에게 속았다. 나는 도박도, 송금도 하지 않았다” 오타니 11분간 성명 발표, 슬픈 진실 밝혔다
입력 : 2024.03.2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OSEN=고척, 이대선 기자]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 2024’ LA 다저스의 공식 인터뷰가 진행됐다.LA 다저스 오타니 쇼헤이가 입장하고 있다. 2024.03.16 /sunday@osen.co.kr

[OSEN=백종인 객원기자] “나는 도박도, 송금도 하지 않았다. 신뢰하던 사람에게 끝까지 속아 큰 충격을 받았다.”

LA 다저스의 오타니 쇼헤이가 최근 문제가 된 통역 미즈하라 잇페이의 불법 도박 사건에 대해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

한국 시간으로 26일 오전 6시 45분(LA시간 25일 오후 2시 45분) 오타니가 11분간에 걸쳐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자신은 도박을 한 적도 없고, 송금을 의뢰한 적도 없다는 사실을 재확인했다.

오타니는 “나도 직접 얘기하고 싶었기 때문에 이런 자리가 마련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 지난 일주일 힘든 시간 동안 많은 분들이 기다려 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한 뒤 “나 자신도 신뢰했던 사람의 잘못이어서 슬프고 충격적”이라고 밝혔다.

오타니는 이어 수사 당국과 MLB 사무국의 조사를 의식한 듯 “오늘은 얘기할 수 있는 부분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 점을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전제하면서도 “내 자신이 무슨 일에 (돈을) 걸거나, 스포츠 이벤트에 걸거나, 부탁한 적도 없다. 아울러 송금을 의뢰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자신이 사건의 내막을 알게 된 경위에 대해서도 “한국에서의 개막전 후 팀의 미팅 때였다. 통역도 없고, 영어로 이야기를 하고 있어서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지만 뭔가 이상하다는 점을 느꼈다”며 “나중에 호텔로 돌아가서 둘이서 얘기하려고 기다렸다. (그 때까지는) 도박 중독자인 줄도, 빚진 줄도 몰랐다. 동의한 적도 없고, 송금을 허락하지도 않았다”고 밝혔다.

오타니는 “호텔에 돌아와서야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자세히 알게 됐다. 이를 곧 변호사와 다저스 구단에도 알렸다. 이게 지금까지 일어난 상황의 전부”라고 설명했다.

당초 기자회견으로 진행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질문과 대답은 없었고 준비한 성명문을 발표하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오타니의 말처럼 조사 중인 사건이라는 점에서 신중을 기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다저스 구단 역시 “우리는 미디어의 보도를 파악하고 있지만, 현재는 관련된 정보를 수집하고 있는 상태다. 더 이상의 코멘트는 생략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날 다저 스타디움에서 열리는 LA 에인절스와 시범 경기에 3시간가량 앞서 열린 오타니의 성명 발표 현장에는 미국과 일본 기자들이 대거 몰려들었다. 한 매체의 추산으로 75명가량의 보도진이 취재에 임했다.

[OSEN=고척돔, 이대선 기자] 21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MLB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경기가 열렸다.5회말 1사 1루에서 라인드라이브 아웃으로 물러난 LA 다저스 오타니가 더그아웃에서 선수들을 바라보고 있다. 2024.03.21 /sunday@osen.co.kr

미즈하라의 도박 스캔들은 지난 21일 서울 고척돔에서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메이저리그 개막전이 열린 다음 날 터졌다. 

20일 밤 개막전이 끝나고 미즈하라는 클럽하우스에서 자신이 불법 도박으로 조사를 받고 있고 기사가 나올 것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오타니가 뒤늦게 미즈하라의 거짓말을 알고 다저스 구단과 자신의 변호사에게 알렸고, 다저스 구단은 곧바로 미즈하라를 해고했다.

오타니는 2013년 니혼햄 파이터스 시절부터 미즈하라와 인연을 맺어왔다. 2018년 메이저리그 진출 이후로는 통역을 넘어 개인 매니저로서 함께 하고 의지했던 커리어의 동반자였다. 비즈니스 관계 이상의 우정과 신뢰 관계를 쌓아갔다. 그러나 한 순간에 배신을 당하며 뒤통수를 크게 맞았다.

결국 오타니는 미즈하라와 ‘손절’ 절차를 밟았다. SNS상에서 미즈하라와 관련된 게시글을 모두 삭제했고, 기자회견을 통해 미즈하라 도박 사건에 대해 직접 밝히기로 결정했다. 

미즈하라가 불법 도박에 연루됐고 또 오타니를 이용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새로운 의혹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미국 ‘NBC 로스앤젤레스’는 지난 23일, 미즈하라의 학력 위조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매체는 ‘그동안 미즈하라는 캘리포니아주 리버사이드대학 출신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해당 대학에 확인한 결과 미즈하라라는 이름의 재적 기록은 없었다’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미즈하라는 일본에서 태어났지만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 미국으로 이주했고 미국에서 대학까지 모든 학업을 마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2010년 보스턴에서 활약한 오카지마 히데키의 통역으로 야구계에 몸담기 시작했고 2013년 일본 니혼햄 파이터스의 투수 크리스 마틴의 통역으로 오타니와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10여년이 넘는 세월 동안 오타니와 함께했지만 충격적인 일탈 행위로 오타니를 배신했다. 

/ goorad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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