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양정웅 기자]

오타니 쇼헤이가 26일(한국시간) 홈구장 다저스타디움에서 비공개 기자회견을 갖고 전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와 도박 연루설에 대해 해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LA 다저스 제공

오타니 쇼헤이가 26일(한국시간) 홈구장 다저스타디움에서 비공개 기자회견을 갖고 전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와 도박 연루설에 대해 해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AFPBBNews=뉴스1

침묵하던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전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40)와 '도박 연관설'을 전면 부인했다.

오타니는 26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다저 스타디움에서 기자회견을 가지고 최근 불거진 의혹에 대해 해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오타니는 친정팀 LA 에인절스와 시범경기를 앞두고 회견을 진행했다.

약 12분 동안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오타니는 "나 자신도 신뢰했던 분(미즈하라)의 잘못이 슬프고, 충격적이다. 지금도 그렇다"고 입을 뗐다. "현재 조사 중이기 때문에 말할 수 있는 부분에는 한계가 있다"면서도 "사건을 정리해 알기 쉽게 설명해드리겠다"고도 했다.

오타니는 우선 자신의 도박설에 대해 부인했다. 그는 "어떤 것에 돈을 직접 걸거나, 누군가를 대신해 베팅을 하거나, 또 누구에게 부탁하지 않는다"면서 "내 계좌에서 도박업자에게 송금을 부탁한 일도 물론 전혀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타니는 미즈하라가 자신의 계좌에서 돈을 빼냈다는 사실조차 "전혀 몰랐다"고 해명했다. 그는 "결론부터 말하면, 미즈하라가 내 계좌에서 돈을 훔쳤고 이에 대해 모든 이들에게 거짓말을 했다는 것이다"고 힘줘 말했다.

오타니는 이 사실을 알게 된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그는 "지난 주말 한국에 있을 때, 한 매체에서 내가 불법 도박업자와 연관된 게 아닌가 물어보는 연락이 에이전트 쪽으로 왔다. 미즈하라는 이런 취재가 이뤄지고 있다는 걸 내게 얘기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어 "다음날 미즈하라는 나와 에이전트에게 '빚은 나 자신이 만든 거다'고 고백했다. 그 빚을 내가 대신 갚았다고 에이전트에게 말했는데, 이 모든 게 거짓이었다"고 했다.

오타니 쇼헤이가 26일(한국시간) 홈구장 다저스타디움에서 비공개 기자회견을 갖고 전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와 도박 연루설에 대해 해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LA 다저스 제공

미즈하라는 에이전트 측에 "오타니와 이 문제에 대해 대화하고 있다"고 했지만, 이 역시 사실이 아니라는 오타니의 주장이었다. 오타니는 "이 문제에 대해 처음 알게 된 건 서울 시리즈 1차전(20일)이 끝난 직후의 미팅이었다"며 "그 자리에서는 모두 영어로 말하고 있었고, 통역이 없었기 때문에 완벽하게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왠지 그런 내용일 것 같았다"고 떠올렸다. 이어 "미즈하라는 호텔로 돌아가서 자세한 이야기를 하겠다고 했기에 기다렸다. 그때는 도박 중독이나 빚에 대한 걸 몰랐다. 부채 상환에 동의하지도 않았고, 송금 역시 허락하지 않았다"고 했다.

숙소에서 오타니는 미즈하라에게 거액의 빚이 있다는 것과, 자신의 계좌에서 도박업자에게 송금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들었다고 한다. 오타니는 "대화가 끝난 후 에이전트도 그(미즈하라)에게 속았다는 걸 알고 구단과 변호사에게 연락을 했다"면서 "변호사에게 '절도와 사기 혐의로 경찰에 넘길 것이다'는 말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오타니는 "충격이라는 단어보다 더한,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느낌으로 일주일을 지냈다"면서 "다만, 본격적인 시즌 시작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지금은 법률대리인에게 맡겨놓고, 나 역시 수사당국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이야기할 수 있어 다행이다"고 끝을 맺은 그는 질의응답 없이 회견을 마쳤다.

오타니 쇼헤이가 26일(한국시간) 홈구장 다저스타디움에서 비공개 기자회견을 갖고 전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와 도박 연루설에 대해 해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LA 다저스 제공

서울에 전해진 '미즈하라 도박' 사실, 자칫하면 오타니도 처벌받는다

지난 16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오타니 쇼헤이(오른쪽)와 미즈하라 잇페이. /AFPBBNews=뉴스1

앞서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2024 MLB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가 열리고 있던 21일, 갑작스러운 소식이 전해졌다. 오타니의 메이저리그 생활 일거수일투족을 함께한 통역 미즈하라가 해고됐다는 것이었다. 더 충격적인 건 사유가 '불법 도박 및 절도 혐의'라는 것이었다. 미국 매체 ESPN과 로스앤젤레스 타임스 등은 "미즈하라는 최근 불법 도박에 손을 댔는데, 이로 인한 빚이 늘어나면서 오타니의 돈에도 손을 댔다"고 보도했다.

ESPN에 따르면 이번 사건은 미국 연방 정부의 조사를 받고 있는 매튜 보이어라는 인물의 계좌를 조사하던 과정에서 나왔다고 한다. 보이어의 계좌에는 오타니의 이름으로 450만 달러(약 60억원)에 달하는 돈이 송금됐다. 지난 18일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오타니에 대한 의혹이 있다는 내용을 입수하고 파악에 나선 게 시작이었다.

최초 보도한 ESPN에 따르면 미즈하라가 오타니의 전 소속팀 LA 에인절스로부터 받은 연봉은 8만 5000달러(약 1억 1400만 원)였지만, 빚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2023년에는 무려 450만 달러(약 60억 원) 이상을 잃게 됐다. 미즈하라는 "이 사실을 오타니에게 얘기할 수 없었다. 월급을 계속 받았지만 생계를 꾸려나가기 어려웠다"고 고백했다. 당시 그는 "오타니에게 내 상황을 설명했고, 그는 불만족스러웠지만 도와주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미즈하라 잇페이(왼쪽)와 오타니 쇼헤이가 지난 16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공식기자회견에 입장하고 있다.

처음에는 오타니가 미즈하라의 빚을 갚아줬다고 알려졌다. 미즈하라는 ESPN의 최초 보도 후 에이전트 네즈 발레로에게 "모든 게 사실이다"고 말하며 "오타니가 50만 달러 단위로 돈을 갚아줬다"고 했다고 전해졌다.

다저스 선수단에 이 내용이 공유된 건 서울 시리즈 1차전이 열린 20일 밤이었다. 경기 종료 후 클럽하우스에서 회의를 가졌고, 미즈하라가 자신의 비위 사실을 공개적으로 사과했다고 한다. 또한 앤드류 프리드먼 사장은 오타니가 미즈하라의 빚을 해결해줬다는 내용도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오타니 측은 "돈이 빠져나갔다는 걸 전혀 몰랐다"고 말하며 미즈하라의 거짓말을 주장했다.

미즈하라 역시 기존의 입장을 번복했다. 그는 오타니의 소속사를 통해 "분명 오타니는 이 도박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것을 모두에게 알리고 싶다. 오타니 역시 나로부터 이에 대한(불법도박) 이야기를 들었을 때 만족스럽지 못한 표정이었다. 또 내게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도와주겠다고 했다. 나 또한 이것이 불법도박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많은 걸 배웠고, 교훈을 얻었다. 스포츠 불법도박은 다시는 하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스포츠 도박은 미국 38개 주에서는 합법이지만 오타니가 있는 캘리포니아주에서는 불법이다.

오타니 쇼헤이(오른쪽)와 미즈하라 잇페이가 대화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스1

이 사실을 파악한 LA 다저스는 서울 시리즈 2차전인 21일 경기를 앞두고 해당 사실이 알려지자 미즈하라를 곧바로 해고 조치했다. 한국에 오타니와 함께 들어왔고, 심지어 1차전에서는 오타니의 아내 다나카 마미코가 미즈하라의 아내와 경기를 지켜보는 모습이 포착됐기에 충격은 더했다. 오타니 역시 21일 경기 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스타뉴스와 만난 일본 매체 교도 뉴스의 아키유키 시라이시 기자는 "오전부터 오타니 통역 이슈가 터지면서, 일본 취재진 역시 큰 충격에 빠졌다"며 "오타니가 숙소에서는 출발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라운드는 물론 클럽하우스에서도 그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말했다.

만약 오타니가 미즈하라의 도박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자신도 처벌받을 수 있는 상황이다. 돈을 갚아준 자체만으로도 문제가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로스앤젤레스 타임스에 따르면 도박법학자인 I. 넬슨 로즈 교수는 "불법 도박인 것을 알면서도 빚을 갚아준 것이라면 연방법에 의해 강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판례를 보면 불법 도박업자의 빚 독촉을 도운 경우 사실상 도박 사업을 한 것이라는 게 있다"고 설명했다. 메이저리그 규정에 따르면 선수들의 도박은 엄격하게 금지돼있다. 자신과 관련된 경기에 베팅하는 선수나 심판, 코칭스태프 등은 영구제명, 관련 없는 경기에 돈을 걸더라도 1년 자격 정지, 불법 도박을 운영하는 등 관련이 있는 인물도 최소 1년간 자격이 정지된다.

오타니 쇼헤이(왼쪽)와 미즈하라 잇페이. /AFPBBNews=뉴스1

'까도 까도' 의혹뿐인 미즈하라, 허위 경력-사인볼 사유화까지 제기됐다

미즈하라 잇페이. /사진=뉴스1

설상가상으로 미즈하라의 경력이 허위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미국 매체 디 애슬레틱은 24일 "미즈하라의 프로필에 부정확한 정보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이전 소식팀 에인절스의 미디어 가이드에는 미즈하라가 2007년 캘리포니아 대학교(UC) 리버사이드 캠퍼스를 졸업했고, 2012년 스프링캠프에서 일본 투수 오카지마 히데키의 통역사로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일했다고 나와있었다.

하지만 매체에 따르면 UC 리버사이드 측은 "미즈하라 잇페이라는 학생이 다닌 기록이 없다"고 확인해줬다. 또한 오카지마 통역의 경우에도, 오카지마는 스프링 트레이닝 전인 2012년 2월 17일 보스턴에서 방출됐기 때문에 '스프링캠프에서 통역을 맡았다'는 내용과는 상충된다. 보스턴 구단 역시 "미즈하라 잇페이가 레드삭스에서 통역사로 일했다는 보도가 여러 매체에서 보도돼 여러분께 알린다. 이는 사실이 아니다"고 밝혔다. 한 MLB 구단 미디어 관계자는 매체에 "미디어 가이드를 제작할 때 표준 프로토콜은 미디어 관계 부서와 나머지 직원 간의 신뢰에 따른다. 부서에선 각 직원의 이력서에 대해 조사할 시간이 없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또다른 의혹도 전해졌다. 일본 매체 뉴스 포스트 세븐은 25일 "미즈하라가 오타니의 사인볼을 '사물화(私物化)'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해 한 일본인 여성이 미즈하라와 연락을 취하며 오타니의 사인볼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오타니와 미즈하라가 있는 카트로 가 공을 건네받은 뒤 다른 팬들에게 자랑하기까지 했다. 매체는 "미즈하라가 오타니와 지극히 가까운 존재였기에, 특별한 부탁을 따로 할 수 있는 관계인 것만큼은 분명하다"고 했다.

오타니 쇼헤이(오른쪽)와 미즈하라 잇페이. /AFPBBNews=뉴스1

형제나 다름없던 통역의 배신, 오타니는 'SNS 사진 삭제'로 대답했다

오타니 쇼헤이(왼쪽)와 미즈하라 잇페이. /AFPBBNews=뉴스1

오타니와 미즈하라의 인연은 지난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갔다. 당시 미즈하라는 2013년 일본프로야구(NPB) 닛폰햄 파이터스에서 투수 크리스 마틴 등의 통역사로 일했는데, 오타니는 당시 신인으로 입단한 상태였다. 이후 오타니는 2018시즌을 앞두고 LA 에인절스와 계약을 맺어 메이저리그에 도전할 때부터 미즈하라를 통역으로 고용했다.

미즈하라는 오타니가 메이저리그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많은 도움을 줬다. 오타니가 미국에서 운전면허를 따기 전에는 운전기사 역할도 수행했고, 2020년 코로나19 대유행 당시에는 주차장에서 캐치볼 파트너가 되어줬다. 오타니와 동료 선수들이 가까워질 수 있도록 많은 조언을 해줬다. 집 임대, 공과금 납부 등 생활 일체를 책임지기도 했다. 이에 미즈하라의 결혼 때 오타니가 신혼여행 자금 일체를 부담할 정도로 유대감은 깊어졌다.

지난 2022년 6월에는 벤치 클리어링 당시 미즈하라가 오타니를 보호하며 화제를 모았다. 일본 매체 풀카운트는 "미즈하라 잇페이 통역이 (벤치클리어링이 벌어지고 있는) 한가운데로 들어가려는 오타니를 전속력으로 달려가 막았다. 영웅적인 행동이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매체인 캐나다 매체 더 스코어도 "벤치클리어링 막바지에 미즈하라 잇페이 통역이 오타니를 감싼 것은 최고의 선택이었다"면서 칭찬했다.

지난 2021년 LA 에인절스 구단이 자체적으로 미즈하라 잇페이의 공로를 치켜세웠다. 그러나 오타니 쇼헤이의 통역을 맡아왔던 미즈하라 잇페이는 LA 다저스 구단으로부터 해고 통보를 받으면서 파국을 맞이하게 됐다. /사진=LA 에인절스 구단 공식 SNS

이에 오타니가 에인절스 소속이던 2021년, 미즈하라는 구단 선정 최우수 통역상을 받기도 했다. 당시 오타니가 아메리칸리그 MVP를 수상했는데, 구단 차원에서 미즈하라 잇페이의 공로를 인정했다. 구단은 "이 상은 우리의 마음에서 우러나온 상"이라며 수상 배경을 설명했고, 오타니도 "메이저리그에서 생활하는 동안 미즈하라 잇페이에게 가장 큰 의지를 했다"고 감사를 전했다.

미국 매체 스포츠키다는 오타니와 미즈하라 잇페이의 관계에 관해 "그들의 우정은 직업적인 유대 관계를 넘어선다"고 높게 평가했다. 이어 매체는 "미즈하라가 늘 곁에서 변함없는 의사소통 지원을 해준 것은 오타니가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오타니 쇼헤이의 인스타그램. 미즈하라 잇페이와 찍은 사진이 모두 사라졌다. /사진=오타니 쇼헤이 인스타그램 갈무리

하지만 이렇듯 형제나 다름없던 관계가 금전 문제로 인해 파탄이 났다. 이에 오타니는 자신의 SNS에서 미즈하라와 함께 찍은 사진을 모두 삭제하며 배신감을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오타니는 당분간 새로운 통역을 찾아야 한다.

오타니는 지난 2월 결혼을 발표했고, 서울 시리즈를 위해 한국으로 오는 과정에서 신부 다나카 마미코(28)를 공개해 화제가 됐다. 이렇듯 즐거운 마음으로 한국에 왔지만, 그는 믿었던 통역의 비위 사실에 충격을 받고 시즌을 시작해야 한다.

오타니 쇼헤이가 26일(한국시간) 홈구장 다저스타디움에서 비공개 기자회견을 갖고 전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와 도박 연루설에 대해 해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진=LA 다저스 제공

양정웅 기자 orionbe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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