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S 0.990' 이정후, 신인왕 투표 '0표' 충격... 'ERA 45.00' 日 투수에도 밀렸다
입력 : 2024.03.26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스타뉴스 | 김동윤 기자]
샌프란시스코의 이정후.
샌프란시스코의 이정후.
이정후. /AFPBBNews=뉴스1
이정후. /AFPBBNews=뉴스1
충격적인 득표 결과다. 이정후(26·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가 시범경기 4할 타율 맹타에도 2024년 내셔널리그 신인왕 투표에서 단 한 표도 받지 못했다. 반면 얼마 전 대한민국 서울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개막전에서 1이닝 5실점 강판당한 야마모토 요시노부(26·LA 다저스)는 여전히 66.67%에 달하는 득표율을 기록해 아쉬움을 남겼다.

미국 매체 CBS 스포츠는 26일(한국시간) 자사 기자 6명에게 2024년 아메리칸리그와 내셔널리그 최우수선수(MVP), 신인왕, 사이영상, 감독상, 재기상 후보를 뽑게 했다.

기자 여섯 명 중 네 명이 야마모토를 뽑았다. 다른 두 명은 각각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외야수 잭슨 메릴(21), 밀워키 브루어스 외야수 잭슨 추리오(19)를 뽑았다. 메릴은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 선정 샌디에이고 구단 유망주 2위, 메이저리그 전체 12위에 해당하는 특급 유망주다. 본 포지션은 유격수지만, 2023년 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 골드글러브 수상에 빛나는 김하성(29)에 밀려 잠시 외야수로 보직을 전환한 상태다. 지난 20일, 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개막전에서도 LA 다저스를 상대로 타율 0.250(8타수 2안타) 2득점으로 좋은 인상을 남긴 바 있다. 추리오는 밀워키 구단 유망주 1위, 메이저리그 전체 유망주에서도 2위에 오른 초특급 유망주로 빅리그 데뷔도 전에 8년 8200만 달러(1100억 원)의 대형 계약을 맺어 화제가 된 바 있다.

이들 중 이정후를 선택한 사람 또는 언급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저 기사 말미에 한 스포츠 베팅 업체의 3월 22일자 예상 순위에 이정후의 이름이 배당률 +500으로 +250의 야마모토에 이어 두 번째로 적혀 있을 뿐이었다. +500은 100달러를 걸어 맞히면 500달러를 돌려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이정후로서는 아쉬운 결과다. 애초에 메이저리그 현지에서 이정후의 신인왕 가능성을 높게 보진 않았었다. 지난 1월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 MLB.com에서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단장과 스카우트 등 관계자들을 상대로 조사했을 때도 이정후는 후보로 거론조차 되지 않았었다. 이때도 야마모토가 전체 응답자의 51%의 압도적인 선택을 받았었다.

샌프란시스코의 이정후. /AFPBBNews=뉴스1
샌프란시스코의 이정후. /AFPBBNews=뉴스1
이정후.
이정후.

그래도 이때는 이해가 됐다. 이정후를 비롯한 KBO리그에서 건너온 한국 타자들은 빅리그 데뷔 전까지 시속 95마일 이상(약 152.8㎞)의 강속구 대처 능력이 항상 지적을 받았다. 이정후도 마찬가지였다. 여기에 이정후는 장타 생산 능력은 높게 평가 받지 못하고 있어 신인왕 수상에 필요한 임팩트적인 부분에서는 불리할 수 있었다.

유망주 평가에서 공신력 높은 미국 야구 전문 매체 베이스볼 아메리카(BA)는 선수 평가 척도 중 하나인 20-80 스케일에서 이정후의 콘택트를 60, 파워를 45로 평가했다. 50이 메이저리그 평균으로 60은 올스타 레벨, 45는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는 뜻이다. 그 탓에 지난해 12월 샌프란시스코와 6년 1억 1300만 달러(약 1515억 원) 계약을 체결했을 때 오버페이 논란이 현지에서 나온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정후는 시범경기 시작과 함께 자신에 대한 우려를 날려버렸다. 지난달 28일 시애틀 매리너스와 시범경기 데뷔전부터 안타를 신고하더니 그 다음 경기인 3월 1일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전에서는 홈런과 2루타를 때려내며 장타에 대한 우려를 씻었다. 이후에도 꾸준히 안타를 생산, 26일 현재까지 12경기 타율 0.375(32타수 12안타), 1홈런 5타점 5볼넷 3삼진 2도루, 출루율 0.459 장타율 0.531 OPS(출루율+장타율) 0.990을 기록 중이다.

또한 약점을 지적받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 이를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줘 발전 가능성을 보였다. 몇 년간 KBO리그에서 많은 도루를 기록하지 않은 것을 염려해 주력에 의문을 품는 시선이 있었지만, 5일 콜로라도 로키스전에서 후속 타자의 병살타를 방지하는 센스 있는 주루로 찬사를 받았다. 콜로라도전 후 미국 매체 디 애슬레틱은 "샌프란시스코는 이정후가 올 시즌 상대팀을 성가시게 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그는 키움 히어로즈에서 한 시즌 13개 이상 도루를 한 적이 없지만, 샌프란시스코 코치진은 득점권 상황에서 충분히 점수를 낼 수 있는 선수로 보고 있다"고 눈여겨봤다.

지난 10일 오클랜드전에서 좌완 투수 카일 뮬러와 프란시스코 페레즈를 만나 시범경기 첫 무안타 경기(3타수 0안타)를 했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11일 시애틀전에서 곧장 좌완 테일러 소세이도를 상대로 가볍게 중전 안타를 때려내며 자신을 향한 섣부른 판단을 자제시켰다.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의 콜리세움 스타디움에서 열린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 시범경기에서도 3타수 무안타 1볼넷으로 출루 능력을 보여줬다. 이렇듯 메이저리그 투수들에게 경쟁력을 입증하는 가운데서도 단 한 명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야마모토에게 밀린 건 아쉬움이 남는다.

21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미국 메이저리그(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공식 개막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LA 다저스의 2차전 경기 1회초 다저스 선발 야마모토 요시노부(오른쪽)가 실점 후 아쉬워 하고 있다. /사진=뉴스1
21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미국 메이저리그(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공식 개막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LA 다저스의 2차전 경기 1회초 다저스 선발 야마모토 요시노부(오른쪽)가 실점 후 아쉬워 하고 있다. /사진=뉴스1
21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미국 메이저리그(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공식 개막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LA 다저스의 2차전 경기 1회초 다저스 선발 야마모토 요시노부(왼쪽)가 실점 후 아쉬워 하고 있다. /사진=뉴스1
21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미국 메이저리그(MLB) 월드투어 서울시리즈 공식 개막전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LA 다저스의 2차전 경기 1회초 다저스 선발 야마모토 요시노부(왼쪽)가 실점 후 아쉬워 하고 있다. /사진=뉴스1

반면 야마모토는 시범경기부터 계속해서 좋지 않은 모습을 보여줬음에도 우호적이었다. 야마모토는 지난해 12월 LA 다저스와 12년 3억 2500만 달러(약 4357억 원) 규모의 초대형 계약을 체결하고 메이저리그 진출했다. 진출 전부터 사이영상에 도전할 수 있는 유력 후보로 평가받았다. 2017년 일본프로야구(NPB) 오릭스 버펄로스에서 데뷔한 야마모토는 통산 172경기에 등판해 70승 29패 1세이브 평균자책점 1.82를 기록했다.

최근 기량도 최고 수준이어서 메이저리그 진출을 눈앞에 둔 지난해에는 23경기 모두 선발로 출전해 16승 6패 평균자책점 1.21, 164이닝 34사사구(28볼넷 6몸에 맞는 볼) 169탈삼진을 마크했다. 자연스레 퍼시픽리그 다승과 평균자책점, 최다 탈삼진, 승률 부문 1위를 차지하면서 NPB 역사상 최초로 3시즌 연속 투수 4관왕을 달성하고 사와무라상도 3년 연속 수상했다. 또한 3년 연속 퍼시픽리그 MVP를 수상했는데 NPB 역사상 3연속 MVP는 단 3명뿐으로 1994~1996년 오릭스 블루웨이브(현 오릭스 버펄로스)의 스즈키 이치로가 마지막이었다.

하지만 막상 까보니 헛점이 보였다. 시속 95마일 이상의 빠른 공과 낙차 큰 스플리터의 위력은 여전했지만, 메이저리그 타자들에게 쉽게 커트 당하고 맞아 나갔다. 라이브 피칭부터 데이브 로버츠 LA 다저스 감독으로부터 "조금 더 정교함을 늘리면 좋을 것 같다"는 조언을 받았다. 시범경기에서는 3경기 9⅔이닝 동안 15피안타 4볼넷 14탈삼진 9실점(9자책)을 기록, 평균자책점 8.38로 좋지 않았다. 대부분 직구를 집중적으로 공략당해 피안타율 0.357, WHIP(이닝당 출루허용률) 1.97로 세부 지표도 최악이었다. 이 탓에 '티핑(투구 습관이나 동작에 따라 구종이 구별되는 것)'이 들킨 것 아니냐는 지적이 언론으로부터 나왔다.

이 문제는 지난 20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샌디에이고와 2024년 메이저리그 개막전에서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았다. 1회를 버티는 데 급급했다. 총 투구 수 43개 중 스트라이크가 23개에 그치며, 1이닝 4피안타 2사사구(1볼넷 1몸에 맞는 볼) 2탈삼진 5실점(5자책)을 기록, 평균자책점은 45.00으로 치솟았다. 결국 야마모토는 2회 시작 전 마이클 그로브와 교체돼 충격적인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그럼에도 CBS 스포츠 기자들의 반응은 우호적이었다. 마이크 악시사 기자는 "지난주 야마모토가 매우 힘든 데뷔전을 치렀다는 걸 알고 있다. 하지만 그는 매우 재능이 있는 선수고, 빠르게 빅리그에 적응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야마모토는 일본에서의 성공적인 경력에도 신인왕 후보 자격을 갖췄고, 힘든 첫 경기(개막전)를 치르기 전에는 내셔널리그 사이영상 후보로도 고려했다"고 높은 평가를 내렸다.

케이트 펠드먼 기자는 "야마모토의 데뷔전은 형편없어 보였지만, 우리 중 직장에서 나쁜 날이 없던 사람이 어디 있겠나. 특별히 획기적인 선택은 아니지만, 여전히 최고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김동윤 기자 dongy291@mtstarnews.com



ⓒ 스타뉴스 & starnewskore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