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후광 기자] 시즌 전 우승 후보로 꼽혔던 프로야구 KT 위즈의 시동이 올해도 늦게 걸리고 있다. 개막 3연패에서 가장 믿음직한 ‘107억 원 에이스’ 고영표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그마저 예상치 못한 9실점으로 흔들리며 2019년 이후 5년 만에 개막 4연패 늪에 빠졌다. 2019년은 이강철 감독이 KT 지휘봉을 잡은 첫해다.
KT 위즈는 지난 27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시즌 두 번째 맞대결에서 8-11로 패하며 개막 후 4연패를 당했다.
지난 주말 삼성 라이온즈와의 개막 2연전 스윕패에 이어 26일 두산전까지 내주며 2020년 이후 4년 만에 개막 3연패에 빠진 KT. 분위기를 바꿀 반전 카드로 국가대표이자 토종 에이스 고영표를 낙점했지만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면 좋았건만 부진을 넘어 커리어 최악투를 펼치며 5회 도중 무기력하게 퇴장했다.
시작부터 불안했다. 1회 선두 정수빈에게 3루타를 허용한 가운데 후속 헨리 라모스 상대 1타점 내야땅볼을 맞고 선취점을 내줬다. 그리고 2회 11구 삼자범퇴의 평화도 잠시 0-1로 뒤진 3회에만 대거 6실점하는 참사를 겪으며 초반부터 승기를 내줬다.
선두 정수빈에게 내준 볼넷이 화근이었다. 이후 라모스의 우전안타로 이어진 무사 1, 3루에서 양의지, 김재환(2루타), 양석환(2루타), 강승호(3루타)를 만나 무려 4타자 연속 적시타를 맞았고, 허경민에게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허용하며 순식간에 6점을 헌납했다.
4회도 큰 반전은 없었다. 선두 정수빈의 2루타, 라모스의 진루타로 처한 1사 3루에서 양의지를 만나 1타점 적시타를 맞으며 추가 실점했다. 후속 김재환의 우전안타로 계속된 1사 1, 2루 위기를 양석환의 병살타로 극복했지만 이미 8점을 내준 뒤였다.
고영표는 5회에도 선두 강승호와 허경민에게 연속안타를 맞으며 흔들렸다. 결국 3-8로 뒤진 5회 무사 1, 3루에서 주권에게 마운드를 넘겼고, 주권이 김인태에게 중견수 희생플라이를 맞으며 승계주자 1명이 홈을 밟았다.
고영표가 한 경기 9점을 내준 건 2018년 8월 7일 마산 NC전 이후 약 6년 만이었다. 당시 자책점은 8점으로 이날 개인 한 경기 최다 자책점을 경신하는 불명예까지 안았다.
KT 타선은 멜 로하스 주니어의 연타석 홈런, 강백호, 신본기의 홈런을 필두로 8점을 뽑았지만 고영표의 충격 부진을 극복하지 못하고 또 시즌 첫 승에 실패했다. KT의 개막 4연패는 2019년 3월 27일 창원 NC전 이후 약 5년만의 일이었다. KT는 당시 개막 5연패까지 겪은 뒤 3월 29일 수원 KIA전에서 천신만고 끝 첫 승을 신고했다.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개막을 앞두고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올해 KT를 비롯해 LG 트윈스, KIA 타이거즈가 강력한 3강 체제를 구축할 것으로 내다봤다. 범위를 3강에서 2강으로 좁히면 KIA가 빠지고 LG, KT가 포함될 정도로 KT 전력에 높은 점수가 매겨졌다.
이유가 있는 분석이었다. 일단 지난해 꼴찌에서 2위의 기적을 이끈 선발진이 올해도 탄탄한 전력을 구축했다. ‘무패 승률왕’ 윌리엄 쿠에바스를 비롯해 웨스 벤자민-고영표-엄상백의 물샐틈없는 4선발 로테이션이 꾸려졌고, 신인왕 출신 소형준이 여름 부상 복귀를 앞두고 있다. 5선발로 낙점된 신인 원상현의 잠재력도 무궁무진한 터. 여기에 박영현, 손동현, 주권, 김민수, 박시영, 이상동 등 가용 자원이 한층 풍부해진 불펜 또한 강점으로 언급됐다.
타선은 로하스의 복귀로 한층 짜임새를 갖췄다는 평가를 받았다. 배정대-김민혁 테이블세터에 로하스-박병호-강백호로 이어지는 막강 클린언트리오가 스프링캠프 때부터 눈길을 끌었다. 황재균, 장성우, 김상수 등이 하위 타선에 배치될 정도로 야수진 뎁스가 두터워졌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올해도 어김없이 시동이 늦게 걸리는 모습이다. 지난해에는 시범경기부터 부상자가 속출하며 힘겨운 봄을 보냈지만 올해는 부상자도 없는데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하고 있다. 부상자가 많았던 작년에도 첫 4경기에서는 3승 1패를 거뒀다.
가장 큰 문제는 마운드의 부진이다. 선발, 불펜 할 것 없이 핵심 선수들의 컨디션이 더디게 올라오는 상황. KT 이강철호는 그 동안 강력한 선발야구를 바탕으로 강팀 반열에 올라섰는데 올해는 개막 2차전부터 엄상백(4이닝 4실점), 벤자민(5이닝 4실점), 고영표(4이닝 9실점)이 연달아 흔들리며 투타 엇박자가 제대로 발생했다. 타선이 팀 홈런 공동 1위(5개), 타율 5위(2할7푼), 득점권 타율 4위(3할)로 제 몫을 했지만 마운드 난조로 인해 빛을 보지 못했다.
4선발까지 모두 소진한 KT는 28일 두산과의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에서 신인 원상현에게 다시 한 번 희망을 걸어본다. 생각지도 못한 순간 생각지도 못한 선수가 난세영웅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에 맞서는 두산 또한 5선발 김동주를 선발로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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