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이후광 기자] 팀보다 위대한 개인은 없다. 프로야구 두산 이승엽호가 지난해보다 한층 독해진 야구로 위기 상황을 극복하며 귀중한 승리를 따냈다.
지난 27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 KT 위즈의 시즌 2번째 맞대결.
두산은 타선이 국가대표이자 KT 에이스 고영표를 4이닝 9실점으로 무너트리며 11-5로 앞선 채 7회말을 맞이했다. 1회 헨리 라모스의 1타점 내야땅볼로 선취점을 뽑은 뒤 3회 무사 1, 3루에서 양의지, 김재환, 양석환, 강승호의 4타자 연속 적시타가 터지며 6득점했고, 4회 양의지의 적시타, 5회 김인태의 희생플라이, 6회 양석환의 희생플라이가 차례로 나왔다.
그러나 승리로 향하는 길은 험난했다. 7회 루키 김택연이 올라와 1사 만루에서 강백호에게 1타점 내야땅볼을 맞았고, 8회 좌완 이병헌이 신본기를 만나 추격의 솔로홈런을 허용했다. 마지막 9회에는 최지강이 박병호, 강백호를 삼진으로 잡아놓고 황재균을 볼넷, 김준태를 안타로 출루시키며 1, 3루 위기에 자초했다.
이승엽 감독은 11-7로 넉넉히 앞선 2사 상황에서 최지강을 내리고 마무리 정철원을 투입했다. 하지만 정철원마저 제구가 흔들리며 김민혁 상대 볼넷을 내줘 만루 위기를 자초했고, 후속 신본기 상대로 밀어내기 볼넷을 헌납했다. 11-5였던 격차가 11-8까지 좁혀진 순간이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유리한 쪽은 두산이었다. 아웃카운트 1개면 경기가 종료되는 상황이었고, 스코어가 11-8이라 설령 누상의 주자가 모두 홈을 밟더라도 최소 동점이었다.
이 감독은 순간 결단을 내렸다. 마무리 정철원을 내리고 개막 후 3경기 1홀드 평균자책점 0으로 순항 중이었던 박치국을 전격 올린 것이다. 부임 첫해 좀처럼 볼 수 없었던 국민타자의 독한 용병술이었다.
결과적으로 투수 교체는 대적중했다. 박치국이 배정대를 만나 0B-2S 유리한 카운트를 선점한 뒤 3구째 직구로 우익수 뜬공을 유도하며 경기를 끝냈다. 박치국은 그렇게 시즌 첫 세이브를 신고했고, 두산은 KT를 11-8로 제압하며 개막전 패배 이후 3연승을 질주했다.
지도자 경험 없이 두산 지휘봉을 잡은 이 감독은 지난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며 사령탑 신고식을 제대로 치렀다. 코치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경험 부족이라는 약점을 보완하려고 했지만 경기가 뜻대로 풀리지 않으며 롤러코스터를 타야만 했다. 11연승과 7연승을 각각 한 차례씩 하고도 곧바로 긴 연패에 빠져 승리를 까먹는 악순환이 지속됐다.
여기에 일부 팬들이 이 감독의 첫해 5위라는 성과에 박수가 아닌 야유를 보냈다. 두산 구단이 포스트시즌 출정식에서 잠실구장 전광판에 2023시즌 결산 영상을 상영했는데 이 감독의 취임식이 송출된 순간 관중석에서 야유가 쏟아져 나왔다.
이 감독은 “지금까지 하면서 아쉬웠던 부분이 더 많다. 1년차라서 미숙한 점도 있었다. 선수들 융화, 경기를 풀어나가는 과정 모두 내가 부족했기 때문에 지금 이 순위에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더 똘똘하게 했다면 지금보다 더 높은 순위에 가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라고 가을야구에 진출하고도 팬들에게 고개를 숙였다.
이 감독은 부임 2년차를 맞아 시범경기 무패(8승 1무) 1위를 해내며 LG, KT, KIA로 이뤄진 3강을 위협할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 지난해 시행착오를 발판 삼아 마무리캠프와 스프링캠프에서 뎁스 강화 및 부상 방지에 주력한 결과였다. 이후 개막전 끝내기 패배로 잠시 기세가 주춤했지만 연패가 아닌 3연승으로 비상하며 상승 가도 복귀에 성공했다.
전날 경기가 시사하는 바는 컸다. 지난해 경기에 개입하기보다 믿음의 야구로 선수들에게 많은 부분을 맡겼던 이 감독이 9회 도중 클로저를 빼고 구위가 더 좋은 투수를 올려 위기를 수습했기 때문이다.
두산은 사령탑의 독한 야구를 앞세워 '우승 후보' KT를 연이틀 꺾고 선두 KIA에 0.5경기 뒤진 공동 2위로 올라섰다. 9회 감독의 파격적인 용병술이 빛났던 한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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