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박소영 기자] 기상캐스터 오요안나의 사망 이후 연일 온라인이 떠들썩하다. 고인이 생전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유서 17장을 남긴 까닭에 4명의 가해자가 지목됐지만 이들은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대신 애먼 불똥을 맞은 장성규만 악플러들의 마녀사냥에 맞서 진심을 호소하고 있다.
MBC 기상캐스터로 활발하게 활동하던 오요안나는 지난해 9월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비보 자체가 3개월 뒤에 알려졌는데 이와 관련해 유족 측은 오요안나가 선배 기상캐스터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며 정신과 10여 군데에서 상담 치료까지 받았고 17장의 유서를 남겼다고 밝혔다.
유족 측은 1월 31일 방송된 JTBC '사건반장’과 인터뷰를 통해 고인이 지난해 9월 15일 죽기 전 두 차레 자살시도를 했다며 “왜 죽으려고 그랬냐 했더니 ‘직장이 힘들다. 등뼈가 부러져 나올 것 같이 아프고 창자가 다 끊어질 것처럼 힘들어 사는 게 너무 고통스러워서 차라리 편안해지고 싶다’더라”고 밝혔다.
유족 측이 공개한 단톡방 메시지를 보면 “몸에서 냄새난다”, “연진이는 방송이라도 잘했지”, “남편이라도 있고”, “자기애가 강하고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 “말도 안 듣고 도대체 싸가지 없다”, “후배라고 취급하지 말자”, “아침 방송 하는데 술 냄새 난다”, “쌍으로 미쳤다” 등의 내용이 홍수를 이룬다.
유족 측은 고인을 괴롭힌 선배 기상캐스터들을 비난하는 건 물론 MBC의 행태까지 꼬집었다. “사내에 부고도 안 올리더라. 우리는 쉬쉬한 적도 없고 조용히 장례를 치르고자 한 적도 없었다. 사내 고위급 지시가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끝까지 진실을 밝혀내고 사과를 받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와 관련해 MBC 측은 “고 오요안나 씨 사망의 원인과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외부전문가를 위원장으로 하는 진상조사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며 “고인의 명복을 빌며, 정확한 사실관계를 밝혀 유족들의 아픔이 치유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뒤늦게 입장을 냈다.
진상조사가 진행 중인 이유에서일까. 괴롭힘 가해자라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이현승, 김가영, 박하명, 최아리는 해명 대신 침묵을 지키고 있다. 정해진 스케줄을 소화하는가 하면 각자의 SNS에 여전히 열려 있는 상태라 누리꾼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확실한 진실 규명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이지만 대중의 분노는 하늘을 찌를 기세다.
이런 가운데 애꿎은 피해자만 죽을 맛이다. 김가영과 친분이 있던 장성규가 오요안나의 자살을 방조했다는 황당 주장이 나와 비난이 집중됐던 바. 심지어 지난 3일 유튜브 채널 ‘가로세로연구소’ 측은 “오요안나 씨가 당신에게 힘든 상황을 설명했던 것을 다시 선배들에게 일러바치는 당신의 행태 정말 한심하네요”라고 주장하기도.
이에 장성규는 더 큰 비난에 휩싸이고 말았다. 장성규를 향한 악플은 물론, 자녀들을 향한 무차별 비난이 담긴 악플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 장성규는 “고인의 억울함이 풀리기 전에 저의 작은 억울함을 풀려고 하는 것은 잘못된 순서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모든 것이 풀릴 때까지 가족에 대한 악플은 자제해 주시길 머리 숙여 부탁드립니다"라고 당부했다.
그럼에도 장성규와 그의 가족을 향한 애먼 비난과 마녀사냥은 계속됐다. 결국 장성규는 11일 또다시 SNS에 “저는 본래 고인과 유족분들께서 평안을 찾으신 후에 입장을 밝히려 하였으나, 유족분들께서 제가 2차 가해를 입는 상황을 미안해하시고 적극적으로 해명하라고 권유하셔서 조심스럽게 이 글을 올립니다”라며 긴 해명글을 남겼다.
장성규는 생전 고인이 김가영의 후배라 인사했고 김가영 또한 오요안나를 아끼는 후배라고 표현해 둘 사이가 좋은 거라 여겼다고 밝혔다. 그래서 오요안나의 고민을 듣고선 “저는 제 위로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고인을 예뻐하고 고인과 친하다고 생각했던 김가영 캐스터에게 고인을 함께 돕자고 이야기했습니다”라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그는 “그러나 김가영 캐스터는 내부적으로 업무상의 사정이 있어서 쉽지 않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제야 두 사람의 관계가 예전과 다르다는 것을 감지했고, 이후 그들 사이에서 어떤 말도 전하지 않았습니다”라며 ‘가로세로연구소’ 측의 주장한 자신의 방관설과 이간질 루머를 적극 부인했다.
다만 장성규는 “고인은 힘든 이야기를 할 때마다 항상 씩씩하게 이겨내겠다고 다짐하는 모습을 보였기에 직장 생활에서 겪을 수 있는 정도의 어려움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래서 당시 더 적극적으로 행동하지 못한 것이 지금도 너무나 후회가 되고, 고인과 유족께 대단히 죄송한 마음입니다”라고 털어놨다.
그럼에도 고인이 생전 안부 인사를 건넬 정도로 가해자나 방관자는 아니었음을 거듭 강조했다. 그리고는 “다시 한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유족께 위로와 힘이 될 수 있는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그리고 이와는 별개로 저와 제 가족에게 선을 넘은 분들께는 법적으로 대응하겠습니다”라고 힘줘 말했다.
고인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기상캐스터 선후배들은 침묵하는 사이 장성규만 쏟아지는 화살을 온몸으로 견뎌내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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