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감옥살이까지 했는데 2년 만에 무죄 판결을 받았다. FC바르셀로나와 브라질의 전설 다니 알베스(42)가 성폭행 유죄 판결에 대한 항소에 성공했다.
미국 'CNN'은 29일(한국시간) "바르셀로나에서 뛰었던 알베스는 스페인 법원 항소심에서 강간 유죄 판결을 뒤집었다. 그는 항소에서 승리했다"라고 보도했다.
1983년생 알베스는 축구 역사에 남을 위대한 우측 수비수 중 한 명이다. 그는 바르셀로나, 유벤투스, 파리 생제르맹(PSG) 등 여러 빅클럽에 몸담으며 무려 우승 트로피를 43개나 들어 올렸다. 이는 리오넬 메시(인터 마이애미)가 44번째 우승을 일궈내기 전까지 축구 역사상 최다 우승 기록이었다.
특히 바르셀로나 시절이 전성기였다. 알베스는 2008-2009시즌부터 2015-2016시즌까지 바르셀로나에서 뛰면서 라리가 우승 6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우승 3회라는 업적을 세웠다. 그는 브라질 대표팀에서도 두 번이나 코파 아메리카 정상에 올랐다.
개인 수상 기록도 화려하다. 알베스는 폭발적인 공격력과 빠른 속도를 앞세워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국제축구연맹(FIFA)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 월드 베스트 11 선정 8회, UEFA 올해의 팀 선정 5회, 라리가 최우수 수비수 등 수많은 상을 들어 올렸다.
하지만 알베스는 선수 생활 말년에 성범죄자로 지목되면서 전설적인 축구선수에서 범죄자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그는 지난 2022년 12월 30일 바르셀로나 클럽에서 한 20대 여성을 성폭행한 혐의로 체포됐다. 피해자는 사흘 뒤 고소장을 제출했고, 그는 혐의를 부인했음에도 곧바로 구금됐다.
상황은 알베스에게 불리하게 흘러갔다. 그는 구금된 이후로도 계속해서 진술을 번복했다. 처음엔 피해 여성과 접촉 자체를 부인했지만, 나중엔 '자신이 피해자다', '합의된 성관계였다'라며 차례로 말을 바꿨다. 여기에 알베스의 체액 증거도 발견됐다.
그러자 2023 11월 바르셀로나 검찰은 재판에서 징역 9년을 구형했다. 스페인 법원도 알베스의 유죄를 인정했다. 법원은 지난 2월 그에게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했다.
결국 알베스는 약 1년 동안 수감 생활을 해야 했고, 보석금을 내고 석방된 뒤 법적 공방을 이어왔다. 그는 계속해서 해당 여성과 성관계가 합의된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이 과정에서 네이마르가 금전적으로 도움을 주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이 발생한 지 2년 3개월 만에 알베스의 무죄가 선고됐다. 스페인 '카데나 세르'는 "카탈루냐 고등법원 항소심 재판부가 알베스에게 무죄 판결을 내렸다. 징역 4년 6개월 형은 취소됐다"라며 "재판부는 피해 여성의 진술만으로는 알베스의 유죄를 입증하기에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또한 무죄 추정의 원칙이 우선 적용돼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매체는 "바르셀로나 법원은 피해자 진술에 '불일치'가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는 알베스가 자신을 화장실로 데려갔다고 말했지만, 법원은 CCTV를 분석한 결과 두 사람의 사전 합의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바르셀로나 법원은 이러한 불일치가 알베스의 성폭행을 부정하는 요소는 아니며 결정적인 증거는 아니라고 봤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카탈루냐 고등법원의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카데나 세르에 따르면 이들은 반대로 피해자의 진술이 무죄 추정의 원칙을 뒤엎기에 충분치 않다고 봤다.
여성 판사 3명, 남성 판사 1명으로 꾸려진 재판부는 사건 초기 피해자의 진술이 영상 증거와 일치하지 않는다며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게다가 화장실 내부에는 카메라도 목격자도 따로 없기 때문에 신빙성이 부족한 피해자의 말만으로는 알베스의 유죄를 입증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드디어 무죄 판결을 받은 알베스는 생각이 많은 얼굴이었다. 일단은 억울함을 풀었지만, 잃은 게 너무나 많기 때문. 그는 110만 유로(약 17억 5000만 원)에 달하는 보석금을 지불했고, 아내와도 이혼했다. 여기에 몸담고 있던 팀에서 쫓겨나고 바르셀로나 레전드 명단에서 제외되는 등 명예도 모두 잃었다.
아직 알베스가 완전히 무죄의 몸이 된 건 아니다. 상대방 여성 측에서 마드리드에 있는 스페인 대법원에 항소할 수 있기 때문. 법원도 이번 판결이 그날 밤 일어난 일을 '진정한 가설'로 판단한다는 의미는 아니며 증거 불충분에 따른 결과일 뿐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정적인 증거가 새로 나오지 않는 이상 알베스가 다시 유죄 판결을 받을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그의 변호사인 이네스 과르디올라는 'RAC1 라디오'와 인터뷰에서 "알베스는 매우 행복하다. 그는 무죄라는 게 입증됐다. 정의가 실현됐다"라고 밝혔다.
알베스는 현역 복귀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그는 성폭행 혐의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 멕시코 클럽 UNAM 푸마스에서 활약 중이었다. 다만 이제는 만 41세인 데다가 2년 넘게 축구계를 떠나야 했던 만큼 알베스가 다시 축구선수로 돌아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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