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채준 기자]
사우스웨스트항공의 취항을 향한 여정은 LCC 비즈니스 모델의 생성과정 만큼이나 사연도 많고 탈도 많았다.
설립 및 취항 과정에서 벌어진 고난의 역사는 LCC 효시 사우스웨스트항공만 그랬던 게 아니다. LCC가 아시아로 넘어오면서 에어아시아는 물론 우리나라도 똑 같은 험난한 과정을 거쳤다.
오늘날의 에어아시아를 만들어낸 튠에어(Tune Air)는 말레이시아에서 LCC를 설립하기 위한 항공법인이었다. 튠에어를 설립한 주주는 총 3명이었는데 이들은 모두 항공업에 문외한들이었다. 이들은 항공사 허가를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조차 몰랐다. 말레이시아는 어떤 사업을 새로 시작하려면 정치적인 끈이 필요했다. 그들은 정부 고위인사인 파하민을 회장으로 영입했다.
파하민 튠에어 회장에게 항공사 설립 허가를 위해 정부 최고위층과 연결하는 역할을 맡겼다. 2001년 7월, 마하티르 빈 모하맛 총리와 면담할 수 있었다. 항공사 설립 허가를 항공당국에 신청하는 게 아니라 총리를 알현하고 결심을 받는 구조였다.
튠에어는 처음부터 유럽의 대표적인 LCC 라이언에어를 모방한 아시아의 첫 LCC 설립이 목표였다. 하지만 총리는 "말레이시아 국내선을 허가한다. 단, 기존항공사를 인수하는 조건이다. 새로운 항공사 설립은 허가할 수 없다"고 결론을 냈다. 총리의 발언은 말레이시아 정부의 정책이었고 법이었다. 튠에어 경영진은 아시아 최초의 LCC 설립이 물 건너 갔다며 크게 낙심했다.
이후 튠에어 측은 보잘것없는 '에어아시아'라는 아주 작은 항공사가 국내에 존재한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었고, 2001년 9월9일 인수계약서에 서명했다. 인수조건으로 에어아시아 부채의 50%를 부담해야 했다. 부채는 4000만 링깃(환율 285원 환산시 한화로 약 114억원)이었다.
에어아시아 인수 후 이들은 항공사 이름을 자신들의 항공법인 명칭인 '튠에어'로 하고 싶었지만 주위의 반응이 신통치 않았고, 더욱이 말레이시아 관광부장관이 강하게 밀어부치는 바람에 에어아시아라는 기존 명칭을 그대로 쓰게 됐다.
최종 인수 계약서 서명 이틀 후인 2001년 9월11일에는 미국 뉴욕에서 9.11 테러가 터졌다. 유가는 천정부지로 뛰어올랐고, 사람들은 막연한 두려움에 비행기 타는 것을 꺼렸다. 전 세계 모든 항공사가 탑승객의 수직하락으로 수익성이 급락했고, 이 와중에 항공사를 새로 시작하는 것은 너무 어리석어 보였다. 최악의 상황이었지만 항공사 운영경험이 전혀 없던 이들은 겁도 없이 에어아시아를 출범시켰다. 이후 심각한 난제에 수시로 부딪혔고, 온갖 시련을 겪으며 좌충우돌하면서 이를 모두 극복하는 과정에서 한층 강해질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지역항공사 설립을 처음 기획한 제주도는 2002년 10월30일 가칭 '㈜제주지역항공사' 설립계획을 확정했다. 제주지역항공사 설립작업이 구체적으로 추진되자 정부에서 반대와 우려 의견이 나왔다. 국영(國營)항공사도 없는 판국에 광역지자체 중 가장 재정자립도가 낮은 제주도에서 도영(道營)항공사를 설립하면 '돈 먹는 하마'가 될 공산이 크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제기됐다. 제주지역 내에서도 반대와 우려의 의견이 나오는 와중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제주도민에 한해 운임을 할인해주는 당근책이 처음 등장했다.
기존항공사들의 제주도민 운임 할인 정책 이후 제주도에서는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는 지역항공사를 굳이 설립할 필요가 있느냐는 여론이 설득력을 얻었다. 지역항공사를 설립하겠다는 제주도청과 지역의 우려와 반대 여론에 따른 제주도의회 사이에서는 힘 겨루기마저 벌어졌다. 결국 도의회의 반대에 제동이 걸리면서 제주도의 지역항공사 설립 추진은 공전되었다. 여기에 더해 제주지역항공사 설립 강행의 선장 격이었던 우근민 제주도지사가 2004년 4월 대법원에서 벌금형(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아 도지사직을 상실했다.
제주지역항공사 설립이 사실상 좌초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대한항공에서 또다시 운임인상을 발표했다. 허를 찔린 제주도는 극심한 혼란에 빠졌지만 도지사의 궐위상황에서 새로운 지사가 부임하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2004년 6월6일 제34대 제주도지사에 취임한 김태환 지사는 일주일 후인 6월14일 "지역항공사 설립에 따른 채산성과 항공기 운항의 안전성 등에 대한 이견이 존재하고 있다"면서 처음에는 신중모드를 보였다. 지역항공사 설립을 두고 제주사회에서 미묘한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던 시기에 대한항공에서 2004년 7월16일부터 제주도민에 한해 국내선 항공요금 10% 할인을 발표했다.
하지만 대한항공의 당근책은 제주사회에 불을 끼얹는 꼴이 되고 말았다. 제주 지역사회에서는 "대한항공이 항공료를 갖고 제주도민을 두 번 죽이는 동안 지역항공사 설립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면서 "항공요금 인상에 대해 항구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주체적으로 지역항공사 설립을 논의해야 하며, 김태환 지사의 지역항공사 설립 공약 이행을 거듭 촉구한다"고 지적했다.
대한항공이 전격 발표한 제주도민 국내선 항공요금 할인이 오히려 악재가 되고 말았다. 여론이 급격하게 악화된 가운데 열린 제주도의회에서 지역항공사 설립자본금 50억원 출자가 승인되면서 제주지역항공사 설립은 급물살을 타면서 오늘날의 제주항공 탄생의 단초를 제공했다.
-양성진 항공산업 평론가
채준 기자 cow75@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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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PIXABAY |
설립 및 취항 과정에서 벌어진 고난의 역사는 LCC 효시 사우스웨스트항공만 그랬던 게 아니다. LCC가 아시아로 넘어오면서 에어아시아는 물론 우리나라도 똑 같은 험난한 과정을 거쳤다.
오늘날의 에어아시아를 만들어낸 튠에어(Tune Air)는 말레이시아에서 LCC를 설립하기 위한 항공법인이었다. 튠에어를 설립한 주주는 총 3명이었는데 이들은 모두 항공업에 문외한들이었다. 이들은 항공사 허가를 어떻게 받아야 하는지조차 몰랐다. 말레이시아는 어떤 사업을 새로 시작하려면 정치적인 끈이 필요했다. 그들은 정부 고위인사인 파하민을 회장으로 영입했다.
파하민 튠에어 회장에게 항공사 설립 허가를 위해 정부 최고위층과 연결하는 역할을 맡겼다. 2001년 7월, 마하티르 빈 모하맛 총리와 면담할 수 있었다. 항공사 설립 허가를 항공당국에 신청하는 게 아니라 총리를 알현하고 결심을 받는 구조였다.
튠에어는 처음부터 유럽의 대표적인 LCC 라이언에어를 모방한 아시아의 첫 LCC 설립이 목표였다. 하지만 총리는 "말레이시아 국내선을 허가한다. 단, 기존항공사를 인수하는 조건이다. 새로운 항공사 설립은 허가할 수 없다"고 결론을 냈다. 총리의 발언은 말레이시아 정부의 정책이었고 법이었다. 튠에어 경영진은 아시아 최초의 LCC 설립이 물 건너 갔다며 크게 낙심했다.
/사진제공=PIXABAY |
이후 튠에어 측은 보잘것없는 '에어아시아'라는 아주 작은 항공사가 국내에 존재한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었고, 2001년 9월9일 인수계약서에 서명했다. 인수조건으로 에어아시아 부채의 50%를 부담해야 했다. 부채는 4000만 링깃(환율 285원 환산시 한화로 약 114억원)이었다.
에어아시아 인수 후 이들은 항공사 이름을 자신들의 항공법인 명칭인 '튠에어'로 하고 싶었지만 주위의 반응이 신통치 않았고, 더욱이 말레이시아 관광부장관이 강하게 밀어부치는 바람에 에어아시아라는 기존 명칭을 그대로 쓰게 됐다.
최종 인수 계약서 서명 이틀 후인 2001년 9월11일에는 미국 뉴욕에서 9.11 테러가 터졌다. 유가는 천정부지로 뛰어올랐고, 사람들은 막연한 두려움에 비행기 타는 것을 꺼렸다. 전 세계 모든 항공사가 탑승객의 수직하락으로 수익성이 급락했고, 이 와중에 항공사를 새로 시작하는 것은 너무 어리석어 보였다. 최악의 상황이었지만 항공사 운영경험이 전혀 없던 이들은 겁도 없이 에어아시아를 출범시켰다. 이후 심각한 난제에 수시로 부딪혔고, 온갖 시련을 겪으며 좌충우돌하면서 이를 모두 극복하는 과정에서 한층 강해질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 지역항공사 설립을 처음 기획한 제주도는 2002년 10월30일 가칭 '㈜제주지역항공사' 설립계획을 확정했다. 제주지역항공사 설립작업이 구체적으로 추진되자 정부에서 반대와 우려 의견이 나왔다. 국영(國營)항공사도 없는 판국에 광역지자체 중 가장 재정자립도가 낮은 제주도에서 도영(道營)항공사를 설립하면 '돈 먹는 하마'가 될 공산이 크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제기됐다. 제주지역 내에서도 반대와 우려의 의견이 나오는 와중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제주도민에 한해 운임을 할인해주는 당근책이 처음 등장했다.
기존항공사들의 제주도민 운임 할인 정책 이후 제주도에서는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는 지역항공사를 굳이 설립할 필요가 있느냐는 여론이 설득력을 얻었다. 지역항공사를 설립하겠다는 제주도청과 지역의 우려와 반대 여론에 따른 제주도의회 사이에서는 힘 겨루기마저 벌어졌다. 결국 도의회의 반대에 제동이 걸리면서 제주도의 지역항공사 설립 추진은 공전되었다. 여기에 더해 제주지역항공사 설립 강행의 선장 격이었던 우근민 제주도지사가 2004년 4월 대법원에서 벌금형(당선무효형)을 선고받아 도지사직을 상실했다.
/사진제공=제주항공 |
제주지역항공사 설립이 사실상 좌초되자 기다렸다는 듯이 대한항공에서 또다시 운임인상을 발표했다. 허를 찔린 제주도는 극심한 혼란에 빠졌지만 도지사의 궐위상황에서 새로운 지사가 부임하기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2004년 6월6일 제34대 제주도지사에 취임한 김태환 지사는 일주일 후인 6월14일 "지역항공사 설립에 따른 채산성과 항공기 운항의 안전성 등에 대한 이견이 존재하고 있다"면서 처음에는 신중모드를 보였다. 지역항공사 설립을 두고 제주사회에서 미묘한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던 시기에 대한항공에서 2004년 7월16일부터 제주도민에 한해 국내선 항공요금 10% 할인을 발표했다.
하지만 대한항공의 당근책은 제주사회에 불을 끼얹는 꼴이 되고 말았다. 제주 지역사회에서는 "대한항공이 항공료를 갖고 제주도민을 두 번 죽이는 동안 지역항공사 설립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면서 "항공요금 인상에 대해 항구적인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이제는 주체적으로 지역항공사 설립을 논의해야 하며, 김태환 지사의 지역항공사 설립 공약 이행을 거듭 촉구한다"고 지적했다.
대한항공이 전격 발표한 제주도민 국내선 항공요금 할인이 오히려 악재가 되고 말았다. 여론이 급격하게 악화된 가운데 열린 제주도의회에서 지역항공사 설립자본금 50억원 출자가 승인되면서 제주지역항공사 설립은 급물살을 타면서 오늘날의 제주항공 탄생의 단초를 제공했다.
-양성진 항공산업 평론가
채준 기자 cow75@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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