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어 죽겠어요” 배구여제도 지쳤다, 잇따른 부상 악재에 ‘경기수 줄이자’ 목소리
입력 : 2024.11.29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김연경. /OSEN DB

[OSEN=장충, 길준영 기자]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김연경(36)이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의 의견에 동조하며 V-리그의 너무 타이트한 경기 일정과 제한적인 외국인선수 규정을 지적했다. 

흥국생명은 지난 28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2라운드 GS칼텍스 KIXX와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3-1(21-25, 25-19, 25-6, 25-13)로 승리했다. 이날 승리로 흥국생명은 개막 10연승을 질주했다. 

10연승을 달성했음에도 아본단자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기쁜 내색을 보이지 않았다. 흥국생명이 경기력이 이전만큼 좋지는 않았던 상황에서 GS칼텍스 외국인선수 스테파니 와일러와 지젤 실바가 각각 1세트와 2세트에 부상을 당해 어부지리로 이긴 모양새가 됐기 때문이다. 

“오늘 경기는 배구에 대해서 논하는 것이 넌센스다”라고 말한 아본단자 감독은 “오늘 경기는 우리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명확하게 보여준 것 같다. 지난 40일 동안 모든 팀에서 부상이 많이 발생했다. 우리 팀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빡빡한 일정으로 경기를 하면 어떤 팀이든 어린 선수들을 훈련시킬 시간이 부족해 선수 성장이 정체된다. 또한 회복할 시간도 부족하고 부상이 많이 나오게 된다. 그런 부분이 명확하게 보였다”라고 말했다. 

아본단자 감독은 V-리그의 경기수와 경기 간격이 모두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라운드 수를 줄여 4라운드를 하거나 경기 텀을 길게 가져가는게 좋다고 생각한다. 우리만 해도 오늘 경기를 하고 당장 광주에 가야한다. 우리 뿐만 아니라 모든 팀들이 이런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부상 선수도 있고 어린 선수를 성장시킬 시간도 없다. 그래서 계속 같은 선수를 써야하고 부상이 더 많아지는 것 같다. 이런 부분은 국가대표 팀 전력에도 영향이 갈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내 개인적인 의견일 뿐이다”라고 말한 아본단자 감독은 “내 경험에서 우러나온 생각이다. 뭔가 크게 바뀌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누군가는 다시 생각하고 고려해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 이야기를 했다”라며 V-리그에 변화가 있기를 기대했다.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김연경. /OSEN DB

흥국생명 간판스타 김연경도 아본단자 감독의 의견에 힘을 보탰다. “힘들어 죽겠다. 오늘도 힘들었다”라고 말한 김연경은 “작년에도 6라운드를 했는데 올해 유독 스케줄이 빠듯하다는 느낌이다. 매주 2경기씩 하고 있다. 이동도 많다. 조금 타이트한 감이 있다. 모든 팀들이 후반부에 가면 부상 관리를 잘하는 팀이 승리할 수 있는게 아닐까 싶은 상황이 된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연식이 있으니까 다른 선수들보다 내가 더 힘들지 않을까”라며 웃은 김연경은 “내 포지션에서는 내가 최고령이다. 나이는 무시 못한다. 아침에 일어나면 개운하다는 느낌은 받지 못하는 나이다. 팀에서 관리를 해주고 있고 치료도 많이 하고 있다. 시즌 마지막까지 부상없이 잘 가고 싶다”라고 말했다. 

V-리그의 경기 일정에 대해 “조심스럽지만 다른 경기들을 봐도 올해 확실히 경기력이 안좋다고 느껴진다”라고 말한 김연경은 “경기수보다는 퀄리티 있는 경기를 보여드리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싶다. 어린 선수들을 키울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야 한다. 나 정도 나이에 리그에서 공격성공률 등 여러 지표에서 상위권에 있다는 것이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변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V-리그를 통해서 국가대표 수준을 끌어올리는 것도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 김연경. /OSEN DB

올해 V-리그는 유난히 시즌 초반부터 부상선수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도 트라이아웃 제도 때문에 대체 외국인선수를 데려올 풀도 제한적이기 때문에 구단들은 대체선수를 찾는데 애를 먹고 있다. 외국인선수 제도에 대해서도 김연경은 “외국인선수가 부상을 당하면 그 팀은 이겨내기 어렵다. 큰 공격을 할 수 있는 선수가 사라지는 것이다. 트라이아웃에서 선수를 뽑으려고 하니까 영향력이 떨어지는 선수들이 많고 그렇다 보니 그냥 있는 선수로 하려다가 이런 상황까지 온 것 같다. 자유계약으로 선수를 데려올 수 있도록 해서 V-리그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 지금 규정으로는 영향력 있는 선수를 데려올 수가 없다. 우리가 아주 수준이 높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해외 2부, 3부리그 선수가 와서 잘 할 수 있을 정도로 쉬운 리그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V-리그가 더 발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김연경은 “시즌을 길게 해도 되고 KOVO컵을 시즌 중간에 해서 경기를 다양하게 할 수 있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선수들을 좀 더 데려올 수 있게 해서 로테이션을 할 수 있게 하는 것도 방법이다. 유럽도 경기수가 많지만 선수들이 모든 경기에 나가지는 않는다. 그래서 많은 선수들이 충분히 기회를 얻을 수 있다”라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했다. 

많은 팀들이 부상에 신음하고 있는 가운데 김연경과 아본단자 감독의 제안이 V-리그를 바꾸는 논의의 시발점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fpdlsl72556@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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