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대전, 이상학 기자] 2년 전 메이저리그에서 류현진(38)에게 연속 삼진을 당했던 패트릭 위즈덤(34)이 한국에 와서 홈런으로 설욕했다. 류현진의 시즌 첫 승을 저지하고, 4연패 수렁에 빠진 KIA를 구한 한 방이었다.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 외국인 타자 위즈덤은 30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2025 신한 SOL Bank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원정경기에 2번 타자 1루수로 선발 출장, 6회초 동점 솔로 홈런 포함 4타수 2안타 2타점으로 활약했다. 위즈덤의 활약에 힘입어 KIA도 5-3으로 역전승, 최근 4연패를 끊고 반등 계기를 마련했다.
KIA가 1-2로 뒤진 상황에서 6회초 선두타자로 나온 위즈덤은 류현진의 초구 몸쪽 낮은 볼을 피한 뒤 2구째 몸쪽 낮게 들어온 시속 131km 커터를 제대로 잡아당겼다. 맞는 순간 총알처럼 빠르게 날아간 타구는 좌측 담장 밖 외부 가림막을 맞고 잔디석 쪽에 떨어졌다. 비거리 125m로 측정된 위즈덤의 시즌 4호 홈런.
지난 28~29일 한화전에 이어 대전 신구장 개장 시리즈에서 3경기 연속 홈런을 쳤다. 지난 25일 광주 키움전에서 KBO리그 첫 홈런을 신고한 데 위즈덤은 개막 8경기 4홈런으로 엄청난 파워를 과시하고 있다.
류현진을 상대로 터뜨린 홈런이라 위즈덤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메이저리그 7시즌 통산 88홈런을 기록한 위즈덤은 시카고 컵스 시절 토론토 블루제이스 투수 류현진을 상대한 바 있다. 지난 2023년 8월14일 토론토 원정 경기에서 류현진과 두 차례 맞붙었는데 2회, 4회 두 타석 연속 삼진을 당했다. 류현진의 주무기 체인지업에 연이어 헛스윙 삼진으로 물러났다.
그로부터 2년의 시간이 흘렀고, 한국으로 무대를 옮긴 두 선수가 다시 맞대결했다. 류현진은 2023년 토론토를 끝으로 메이저리그 커리어를 마무리하며 '친정팀' 한화에 돌아왔고, 위즈덤도 지난해 빅리그 커리어가 중단된 뒤 올해 KIA와 계약하며 한국에 왔다.
이날도 첫 두 타석에선 류현진의 승리였다. 1회 위즈덤은 류현진의 5구째 체인지업을 쳤으나 좌익수 정면으로 향하는 뜬공이 됐다. 3회 두 번째 타석에선 헛스윙 삼진. 3~4구 연속 류현진 특유의 바깥쪽 낮은 체인지업에 배트가 따라나오며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하지만 세 번은 당하지 않았고, 2-2 동점을 만든 솔로포로 류현진의 첫 승 요건을 저지했다. 류현진은 6이닝 6피안타(1피홈런) 1볼넷 4탈삼진 2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했지만 6회까지 2득점에 그친 타선 지원 미비로 승패 없이 물러났다. 지난 25일 잠실 LG전에 이어 2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를 하고도 시즌 첫 승을 거두지 못했다. 위즈덤에게 홈런을 맞지 않았더라면 선발승 요건을 갖출 수 있었기에 더욱 아쉬웠다.
류현진이 내려간 뒤에도 위즈덤의 불붙은 방망이는 멈추지 않았다. 4-2로 역전한 7회 2사 3루에서 한화 좌완 조동욱의 4구째 체인지업을 공략, 3루수 옆을 지나 좌측으로 빠지는 적시타로 연결하며 쐐기를 박았다.
경기 후 위즈덤은 "3경기 연속 홈런을 쳤다는 사실보다 팀의 연패를 끊는데 도움이 된 것 같아 기쁘다. 모든 선수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제 역할을 다 해줬고, 선수들의 컨디션이 돌아온 것 같아 다음 경기가 기대된다"며 "오늘 승리가 분위기를 반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고, 다음주에 열릴 홈경기도 잘 준비하겠다"고 승리 소감을 말했다. 이어 위즈덤은 "실력 있는 선수들과 함께 뛸 수 있어 기쁘고, 더욱 좋은 팀 성적을 위해 앞으로 맡은 자리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덧붙엿다.
이날까지 위즈덤은 개막 8경기 타율 2할9푼2리(24타수 7안타) 4홈런 8타점 9볼넷 6삼진 출루율 .471 장타율 .833 OPS 1.304를 마크했다. 새로운 리그 적응에 시간이 걸리는 거포형 타자이지만 리그 최다 볼넷을 골라낸 선구안을 무기로 빠르게 KBO리그 적응을 마쳤다. 개막 8경기를 치른 시즌 극초반이지만 홈런, 볼넷 공동 1위, 장타율 2위, OPS 3위로 벌써부터 순위표 위쪽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다. 커리어에 걸맞은 적응력으로 초대박 외인의 등장을 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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