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꿈치 수술만 4번, 야구 그만두려고 했는데…1005일 만에 감격, 울컥한 한화 인간 승리 ''포기 안 하길 잘했다''
입력 : 2025.04.0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OSEN=김성락 기자] 한화 김종수. 2025.03.25 / ksl0919@osen.co.kr

[OSEN=이상학 기자] “아직 안 울었습니다. 울 생각 없는데…” 

애써 눈물을 참았지만 눈가가 촉촉해져 있었다. 거듭된 수술과 재활, 통증 재발과 싸우며 야구를 내려 놓을 뻔 했던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 투수 김종수(31)가 무려 1005일 만에 승리를 따냈다. 절망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버틴 끝에 감격을 맛봤다. 

김종수는 지난달 29일 대전 KIA전에 7회초 1사에서 3번째 투수로 구원등판, 8회말까지 1⅔이닝을 안타 없이 무실점으로 막았다. 볼넷 2개를 내줬지만 다음 타자들을 모두 병살타로 처리했다. 곧 이어진 8회말 공격에서 안치홍의 2타점 적시타로 승부를 뒤집은 한화가 5-4로 역전승, 김종수가 구원승을 거뒀다. 

지난 2002년 6월28일 대전 SSG전 이후 무려 1005일 만의 승리였다. 그 사이 김종수는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고 오랜 재활을 했다. 2023년 3월 시범경기를 끝으로 1군에서 사라진 김종수는 지난해 6월 퓨처스리그 마운드에 오르기 전까지 암흑 같은 1년 3개월을 보냈다. 

뼛조각은 인대접합에 비해 가벼운 수술로 여겨지지만 2014년 토미 존 수술, 2017년 두 번째 토미 존에 뼛조각 제거까지 팔꿈치에만 4번이나 칼을 댄 김종수에겐 가볍지 않았다. 보통 6개월 정도 재활이 소요되는 수술이지만 재활 과정에서 수차례 통증 재발로 제동이 걸렸다. 야구를 그만둬야 하나 고민할 정도로 힘겨운 시간들이었다. 

[OSEN=이석우 기자] 한화 김종수. 2025.03.14 / foto0307@osen.co.kr

김종수는 이날 승리에 대해 “정말 의미 있다. 이런 순간들을 상상하며 힘든 시간들을 버텼다. 그 순간들을 견뎌낸 것이 스쳐 지나간다. 김재민 트레이닝코치님부터 도와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하다”고 말하면서 눈시울을 붉혔다. 애써 눈물을 참았지만 울컥한 마음을 감출 순 없었다. “모든 프로스포츠 선수들이나 사람들도 그렇겠지만 불확실한 미래와 ‘다시 마운드에 설 수 있을까’하는 불안감이 저를 제일 힘들게 했다. 던지는 것밖에 할 줄 모르는 사람인데 팔이 아프니까, 그 부분이 참 힘들었다”는 것이 김종수의 말이다. 

야구를 그만둘 때 그만두더라도 공 한 번 세게 던져보고 싶었다. 그래야 미련이라도 안 남을 것 같았다. 지난해 봄 사이드암 변신을 시도한 이유였다. 그는 “스스로 한 게임이라도 납득할 수 있게 던지고 나서 야구 그만둬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이드로 던지면 좀 더 세게 던질 수 있겠다는 생각에 그렇게 했다. 2주 정도 그렇게 사이드로 던졌다”고 돌아봤다. 

그런 간절함이 통했던 걸까. 사이드로 팔을 내린 뒤 조금씩 통증이 잡혀갔고, 다시 팔을 올려도 아프지 않았다. 김종수는 “그것도 참 신기하다. 거의 마음을 내려놓고 있었는데 점점 팔이 괜찮아졌고, 욕심이 나니까 팔이 조금씩 다시 올라왔다. 정상적으로 던지면서 그렇게 2군에 합류하게 됐다”고 말했다. 

[OSEN=김성락 기자] 한화 김종수. 2025.03.25 / ksl0919@osen.co.kr

퓨처스리그에서 30경기(31⅔이닝) 4승2패1세이브10홀드 평균자책점 3.69 탈삼진 38개를 기록한 김종수는 지난달 시범경기 때 1군의 부름을 받아 2경기를 던졌다. 개막 엔트리에는 들지 못했지만 2년 만에 1군 마운드에 서서 분위기를 익혔고, 지난달 25일 1군 콜업 후 추격조로 투입되고 있다. 3경기 3⅔이닝 무실점으로 안정감을 보이고 있다. 김경문 한화 감독도 “예전에 중요한 자리에서 많이 던진 투수다. 커리어 무시 못한다. 스코어 차이가 많이 나지 않을 때 중용되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했다. 

김종수는 “시범경기 때 1군에 와서 던진 게 도움이 됐다. 팀에 오래 있었지만 1군 경험이 많다고 볼 순 없는 선수로서 시범경기에서 오랜만에 1군 분위기에 적응한 게 좋은 계기가 됐다”며 “결과는 좋지만 과정이 좋은 투구는 아니었다. 하늘이 도와줘서 병살 2개가 나왔다”고 말했다.

하지만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고 했다. 김종수는 “포기하지 않길 잘했다. 사람은 죽으란 법이 없다는 말을 속으로 하면서 살아가고 있다. 언제든 최악의 상황에서도 이겨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가겠다”고 다짐했다.

[OSEN=대전, 최규한 기자] 8회초 KIA 공격을 무실점으로 막아낸 한화 투수 김종수가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2025.03.29 / dreamer@osen.co.kr한화 김종수. /한화 이글스 제공

/waw@osen.co.kr

오늘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