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고성환 기자] 이제는 명실상부한 국가대표 수비수다. 이태석(23, 포항 스틸러스)이 월드컵에 대한 꿈을 드러냈다.
포항스틸러스는 29일 포항스틸야드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6라운드 울산 HD와 동해안 더비에서 1-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포항은 광주전에 이어 연승을 달리며 승점 8(2승 2무 2패)로 단숨에 10위에서 6위까지 점프했다. 안방 승리로 제대로 반등에 성공한 포항이다. 포항은 개막 후 4경기에서 승리하지 못하며 최하위까지 떨어졌지만, 직전 라운드에서 광주를 3-2로 꺾은 데 이어 울산까지 잡아내는 데 성공했다.
반면 울산은 5경기 만에 패하며 고개를 떨궜다. 순위는 승점 10(3승 1무 2패)에 머무르며 4위로 떨어졌다. 울산은 포항을 물리치고 선두 대전하나시티즌과 격차를 좁히겠다는 각오였지만, 90분 동안 유효 슈팅 1개에 그치면서 무릎 꿇고 말았다.
이태석도 후반 시작과 동시에 투입돼 팀 승리에 힘을 보탰다. 풀백 대신 윙어를 맡은 그는 포지션을 가리지 않고 부지런히 뛰어다니며 포항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후반 34분 나온 이호재의 유일한 득점도 이태석의 강력한 슈팅이 시발점이었다. 울산 골키퍼 조현우가 이태석의 슈팅을 쳐냈고, 튀어나온 공을 이호재가 침착하게 밀어넣었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이태석은 "오늘 동해안 더비 정말 중요한 경기였다. 큰 경기에서 승점 3점을 얻고 이길 수 있어서 상당히 기쁘게 생각한다"라고 승리 소감을 전했다.
득점 상황에 대해선 그는 "윙포워드로 투입될 거란 생각을 사실 못 하고 있었다. 대표팀을 다녀오면서 팀 전술에 많이 녹아들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다. 어쨌든 공격적으로 보여줘야 된다는 생각을 하고 들어갔다"라며 "또 그런 상황들이 내게 왔다. 코스를 보고 슈팅을 때리려 했는데 잘 맞아떨어져서 득점까지 나올 수 있었다"라고 되돌아봤다.
이태석이 홍명보호에 합류한 사이 포항은 기다리던 마수걸이 승리를 신고했다. 그는 "경기하기 전에 선수들에게 제발 이겼으면 좋겠다고 얘기했다. 내가 멀리서나마 응원을 해서 또 이기지 않았나 생각한다"라며 "어려운 시간들이 있었다. 그 속에서 선수들이 어떻게든 이기려고 하는 마음이 보였다. 그래서 첫 승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미소 지었다.
최근 이태석은 경북 산불 피해 복구를 위해 500만 원을 쾌척하며 포항 선수단 중 스타트를 끊었다. 이후 주장 전민광도 1000만 원을 기부했다. 그는 "그런 마음이 조금이나마 잘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 나뿐만 아니라 다른 선수들이 더 보탬이 돼서 빨리 원상복구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밝혔다.
지난 3월 A매치에서 대표팀에 두 번째로 소집됐던 이태석이다. 그는 오만전과 요르단전에 모두 선발 출전해 왼쪽 수비를 책임졌다. 특히 요르단전에선 '요르단 메시'로 불리는 무사 알타마리(스타드 렌)를 잘 막아내며 합격점을 받았다.
이태석은 "첫 번째 소집보다는 긴장감도 덜 했다. 어떻게 보면 내게 정말 큰 기회라고 생각했다. 열심히 준비하고 들어가서 내가 할 수 있는 모습들, 보여드려야 되는 모습들을 보여드린 것 같다. 나름 좀 만족하는 기쁜 소집이지 않았나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현재 대표팀 왼쪽 풀백 자리는 확고한 주전이 없다. 이태석이 앞으로도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월드컵 출전까지 노려볼 수 있다. 그는 "당연히 월드컵이라는 무대는 선수에게 정말 큰 동기 부여다. 또 이번 경기를 통해 나도 '경쟁할 수 있는 선수다'라는 사실을 모든 사람들 앞에서 보여드렸다고 생각한다"라고 자신했다.
끝으로 이태석은 "이제 앞으로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계속해서 꾸준한 퍼포먼스를 잘 유지해야 할 것 같다"라며 여기서 만족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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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