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뉴스 | 인천=안호근 기자]
'배구 여제' 김연경(37·인천 흥국생명)의 라스트댄스가 화려하게 빛날 수 있을까. 1차전을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가져오며 최고의 엔딩을 향한 초석을 다졌다.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이 이끄는 흥국생명은 31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포스트시즌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 1차전에서 세트스코어 3-0(25-21, 25-22, 25-19) 셧아웃 승리를 거뒀다.
지난 두 시즌 연속 준우승에 머물렀던 흥국생명과 13년 만에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한 정관장 모두 간절하기는 마찬가지. 역대 18차례 챔피언결정전 중 1차전에 승리 팀의 우승 확률은 55.5%(10/18)로 생각보다 높지 않았다. 그럼에도 양 팀 선수들의 몸 상태가 온전치 않다는 점에서 1차전 승리는 매우 중요했다. 김연경이 무릎 통증을 겪고 있는 흥국생명엔 1차전 승리가 결정적이었고 염혜선이 같은 통증을 겪고 있는 정관장에는 우승을 향한 여정이 더 멀게 느껴지는 계기가 됐다.
김연경을 볼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날 삼산체육관은 가득 찼다. 무려 5821명이 경기장을 메웠다. 가득 찬 관중들 앞에서 흥국생명은 우승을 예감케 하는 기분 좋은 승리로 보답했다.
경기 전 만난 마르첼로 아본단자 흥국생명 감독은 "누가 올라오는 지는 상관 없었다"면서도 "중요한 건 좋은 배구를 보여주는 것이다. 1위 확정된 순간부터 너무 오래 기다렸고 이전의 경기들과 그 후의 경기들의 중요도가 달랐다. 그렇기에 더더욱 시작이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관장이) 계속 보인 강점이 공격이나 블로킹이었다. 그렇기에 챔프전에 올 수 있었다. (우리도) 시즌 중 보여온 점이 잘 됐으면 좋겠다. 그들의 강점인 블로킹에는 너무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고희진 감독은 "흥국생명을 어떻게 이길까 그 생각만 했다. 계속 영상을 보고 어떻게 괴롭힐 수 있을까, 어떤 전략을 들고 나갈까 고민했다"며 "내 예상대로 된다면 경기가 우리가 원하는 쪽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 전략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상대 선수들이 팁 공격이 좋다. (김)연경 선수나 투트쿠, (정)윤주가 팁 공격이 좋다. 챔프전 내내 팁 공격을 안주는 게 최고의 전략"이라며 " 김연경이나 투트쿠도 반대로 때릴 수 있는 선수이기에 득점을 줄 수 있겠지만 그전보단 팁을 놓는데 부담을 느끼게끔 하는 게 전략이다. 아본단자 감독에게도 전달해줬으면 좋겠다"고 장외 심리전을 펼쳤다.
흥국생명은 정예멤버를 들고 나왔다. 1세트 아포짓 스파이커 투트쿠 부르주(등록명 투트쿠), 아웃사이드 히터 정윤주, 미들 블로커 아닐리스 피치(등록명 피치), 세터 이고은, 아웃사이드 히터 김연경, 미들 블로커 김수지를 배치했다.
정관장은 세터 염혜선과 아웃사이드 히터 반야 부키리치(등록명 부키리치), 미들 블로커 정호영, 아포짓 스파이커 메가왓티 퍼티위(등록명 메가), 아웃사이드 히터 표승주, 미들 블로커 박은진으로 맞섰다.
팽팽하게 흘러가던 1세트 중반 김연경의 첫 득점이 나왔다. 퀵오픈으로 점수를 내자 삼산체육관을 가득 메운 팬들의 함성이 경기장이 떠나갈 듯한 엄청난 환호성을 내질렀다.
이어 김수지의 서브 에이스가 터져나왔고 피치가 긴 랠리 끝에 길게 넘어온 상대의 리시브를 곧바로 받아넘겼고 정윤주의 오픈 공격까지 성공하며 17-16 역전에 성공했다. 정윤주의 연이은 득점으로 18-16, 원포인트 서버 박수연의 서브가 적중하며 먼저 20점에 도달했다. 박수연의 서브로 몰아친 흥국생명은 이어진 기회에서 김연경이 블로커 두 명을 앞에 두고도 터치아웃을 유도하는 공격으로 득점을 추가했다.
경기 전 아본단자 감독이 경계한 블로킹에 발목을 잡혔다. 투트쿠의 백어택이 정호영의 벽에 막혔다.
위기의 순간 다시 김연경이 나섰다. 피치가 올려준 공을 완벽하게 성공시켰고 이어 상대 주포 메가의 강스파이크를 완벽히 가로막은 뒤엔 기쁨을 감추지 않는 세리머니까지 펼쳤다. 그러나 정관장이 비디오판독을 요청했고 김수지의 네트터치로 판명돼 점수를 내줬다.
그럼에도 흥국생명은 흔들리지 않았다. 이번엔 메가의 네트터치가 나왔고 이고은의 서브가 상대 코트에 꽂히며 세트포인트에 도달했다. 이어 메가의 서브가 네트에 걸리며 기분 좋게 1세트를 가져왔다.
2세트엔 정관장이 흐름을 뒤집는 듯 했다. 부키리치의 오픈 공격과 염혜선의 서브 에이스로 시작한 정관장은 17-13까지 앞서 나갔다. 2세트는 정관장이 가져가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후 흥국생명의 무서운 추격전이 펼쳐졌다. 피치의 이동 공격과 블로킹을 시작으로 김연경의 오픈까지 적중했다. 잠시 흐름이 끊겼지만 김연경의 퀵오픈과 최은지의 서브 에이스로 동점, 이고은의 결정적인 블로킹으로 19-18로 역전에 성공했다. 한번 끌어오른 열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김연경이 시간차를 적중시켰고 최은지는 다시 서브를 상대 코트에 꽂아 넣었다.
23-21로 결과를 쉽게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었으나 투트쿠가 결정적인 퀵오픈 2개를 성공시켜 2세트까지 흥국생명에게 안겨줬다.
김연경과 투트쿠의 동반 활약이 빛난 가운데 1세트엔 박수연과 김수지, 이고은의 서브 득점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면 2세트에선 서브 에이스를 2개나 터뜨린 최은지가 게임 체인저로 활약했고 김수지의 블로킹 2득점도 큰 힘을 보탰다. 범실 9개에도 정관장(4개)을 제압할 수 있는 힘이었다.
이미 하늘을 찌를 듯한 흥국생명의 사기를 꺾을 길이 없었다. 흥국생명은 3세트 중반부터 리드를 잡았고 완벽한 경기력으로 정관장의 추격 으지를 꺾어놨다. 김연경은 경기 중간 중간 만원관중들을 향해 더 큰 응원을 유도했고 그 때마다 삼산체육관은 귀가 먹먹해 질 정도로 커다란 함성으로 타올랐고 그대로 리드를 유지하며 기분 좋게 1차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김연경은 팀 내 최다인 16점을 올리며 흥국생명의 승리를 이끌었고 김연경의 활약 속에 투트크가 14점, 정윤주가 13점으로 맹활약했다.
정관장에선 부키리치가 17점 분전했지만 메가가 13점에 그쳤고 체력적인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고개를 떨궜다.
인천=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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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김연경(가운데)이 31일 정관장과 V리그 여자부 챔피언결정전 1차전에서 득점한 뒤 동료들과 함께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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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위)이 블로킹 벽을 세운 염혜선 위로 강력한 공격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
마르첼로 아본단자 감독이 이끄는 흥국생명은 31일 인천 삼산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여자부 포스트시즌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 1차전에서 세트스코어 3-0(25-21, 25-22, 25-19) 셧아웃 승리를 거뒀다.
지난 두 시즌 연속 준우승에 머물렀던 흥국생명과 13년 만에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한 정관장 모두 간절하기는 마찬가지. 역대 18차례 챔피언결정전 중 1차전에 승리 팀의 우승 확률은 55.5%(10/18)로 생각보다 높지 않았다. 그럼에도 양 팀 선수들의 몸 상태가 온전치 않다는 점에서 1차전 승리는 매우 중요했다. 김연경이 무릎 통증을 겪고 있는 흥국생명엔 1차전 승리가 결정적이었고 염혜선이 같은 통증을 겪고 있는 정관장에는 우승을 향한 여정이 더 멀게 느껴지는 계기가 됐다.
김연경을 볼 수 있는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이날 삼산체육관은 가득 찼다. 무려 5821명이 경기장을 메웠다. 가득 찬 관중들 앞에서 흥국생명은 우승을 예감케 하는 기분 좋은 승리로 보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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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왼쪽에서 2번째)이 정관장의 더블 블로커 사이로 공격을 펼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
그러면서 "(정관장이) 계속 보인 강점이 공격이나 블로킹이었다. 그렇기에 챔프전에 올 수 있었다. (우리도) 시즌 중 보여온 점이 잘 됐으면 좋겠다. 그들의 강점인 블로킹에는 너무 흔들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고희진 감독은 "흥국생명을 어떻게 이길까 그 생각만 했다. 계속 영상을 보고 어떻게 괴롭힐 수 있을까, 어떤 전략을 들고 나갈까 고민했다"며 "내 예상대로 된다면 경기가 우리가 원하는 쪽으로 흘러갈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 전략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상대 선수들이 팁 공격이 좋다. (김)연경 선수나 투트쿠, (정)윤주가 팁 공격이 좋다. 챔프전 내내 팁 공격을 안주는 게 최고의 전략"이라며 " 김연경이나 투트쿠도 반대로 때릴 수 있는 선수이기에 득점을 줄 수 있겠지만 그전보단 팁을 놓는데 부담을 느끼게끔 하는 게 전략이다. 아본단자 감독에게도 전달해줬으면 좋겠다"고 장외 심리전을 펼쳤다.
흥국생명은 정예멤버를 들고 나왔다. 1세트 아포짓 스파이커 투트쿠 부르주(등록명 투트쿠), 아웃사이드 히터 정윤주, 미들 블로커 아닐리스 피치(등록명 피치), 세터 이고은, 아웃사이드 히터 김연경, 미들 블로커 김수지를 배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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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투트쿠(가운데)가 빈곳을 노려 스파이크를 시도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
팽팽하게 흘러가던 1세트 중반 김연경의 첫 득점이 나왔다. 퀵오픈으로 점수를 내자 삼산체육관을 가득 메운 팬들의 함성이 경기장이 떠나갈 듯한 엄청난 환호성을 내질렀다.
이어 김수지의 서브 에이스가 터져나왔고 피치가 긴 랠리 끝에 길게 넘어온 상대의 리시브를 곧바로 받아넘겼고 정윤주의 오픈 공격까지 성공하며 17-16 역전에 성공했다. 정윤주의 연이은 득점으로 18-16, 원포인트 서버 박수연의 서브가 적중하며 먼저 20점에 도달했다. 박수연의 서브로 몰아친 흥국생명은 이어진 기회에서 김연경이 블로커 두 명을 앞에 두고도 터치아웃을 유도하는 공격으로 득점을 추가했다.
경기 전 아본단자 감독이 경계한 블로킹에 발목을 잡혔다. 투트쿠의 백어택이 정호영의 벽에 막혔다.
위기의 순간 다시 김연경이 나섰다. 피치가 올려준 공을 완벽하게 성공시켰고 이어 상대 주포 메가의 강스파이크를 완벽히 가로막은 뒤엔 기쁨을 감추지 않는 세리머니까지 펼쳤다. 그러나 정관장이 비디오판독을 요청했고 김수지의 네트터치로 판명돼 점수를 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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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국생명 정윤주(오른쪽)가 공격을 펼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
2세트엔 정관장이 흐름을 뒤집는 듯 했다. 부키리치의 오픈 공격과 염혜선의 서브 에이스로 시작한 정관장은 17-13까지 앞서 나갔다. 2세트는 정관장이 가져가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후 흥국생명의 무서운 추격전이 펼쳐졌다. 피치의 이동 공격과 블로킹을 시작으로 김연경의 오픈까지 적중했다. 잠시 흐름이 끊겼지만 김연경의 퀵오픈과 최은지의 서브 에이스로 동점, 이고은의 결정적인 블로킹으로 19-18로 역전에 성공했다. 한번 끌어오른 열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김연경이 시간차를 적중시켰고 최은지는 다시 서브를 상대 코트에 꽂아 넣었다.
23-21로 결과를 쉽게 예측하기 힘든 상황이었으나 투트쿠가 결정적인 퀵오픈 2개를 성공시켜 2세트까지 흥국생명에게 안겨줬다.
김연경과 투트쿠의 동반 활약이 빛난 가운데 1세트엔 박수연과 김수지, 이고은의 서브 득점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면 2세트에선 서브 에이스를 2개나 터뜨린 최은지가 게임 체인저로 활약했고 김수지의 블로킹 2득점도 큰 힘을 보탰다. 범실 9개에도 정관장(4개)을 제압할 수 있는 힘이었다.
이미 하늘을 찌를 듯한 흥국생명의 사기를 꺾을 길이 없었다. 흥국생명은 3세트 중반부터 리드를 잡았고 완벽한 경기력으로 정관장의 추격 으지를 꺾어놨다. 김연경은 경기 중간 중간 만원관중들을 향해 더 큰 응원을 유도했고 그 때마다 삼산체육관은 귀가 먹먹해 질 정도로 커다란 함성으로 타올랐고 그대로 리드를 유지하며 기분 좋게 1차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김연경은 팀 내 최다인 16점을 올리며 흥국생명의 승리를 이끌었고 김연경의 활약 속에 투트크가 14점, 정윤주가 13점으로 맹활약했다.
정관장에선 부키리치가 17점 분전했지만 메가가 13점에 그쳤고 체력적인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고개를 떨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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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경(왼쪽에서 3번째)이 득점 후 동료들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사진=김진경 대기자 |
인천=안호근 기자 oranc317@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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