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함 말도 못 해' 구단, 재갈 물린 규정...심판진의 길들이기, 이정효 감독이 희생양? 설명 요구조차 할 수 없는 현실
입력 : 2025.03.31기사보내기 :  트위터  페이스북
[SPORTALKOREA] 박윤서 기자= 한 팀의 감독이 경기 중 퇴장 판정을 받았다. 그런데 정확한 이유를 알 도리가 없다. 자세한 설명을 요구할 수도 없는 현실이다. 광주FC와 이정효 감독을 둘러싼 이야기다.

광주는 29일 16시 30분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은행 K리그1 2025 6라운드 대전하나시티즌과의 경기에서 1-1로 비겼다. 광주는 헤이스의 선제골로 앞서갔으나 후반 김인균에 동점골을 내주며 승점 1점을 얻는 데 만족해야 했다.



경기 자체 퀄리티는 훌륭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에서 8강에 진출하며 K리그의 위상을 드높인 광주와 올 시즌 리그 선두 대전의 저력을 엿볼 수 있었다. 양 팀의 팬이 아닌 3자가 볼 땐 소위 말해 돈 주고 볼만한 경기였다.

문제는 경기 막판이었다. 클라이맥스로 향해가던 경기는 후반 추가 시간 3분 흐름이 끊어졌다. 이정효 감독이 다이렉트 레드카드를 받았기 때문이다. 중계 화면상으론 퇴장을 줄 만한 장면이 포착되지 않았다. 현장에 있던 관계자와 연락을 취해 상황 설명을 부탁했다. 이정효 감독이 물병을 걷어찼다고 했다. 물병은 심판 쪽 방향이 아닌 광주 벤치를 향했다. 주심이 아닌 대기심이 해당 장면을 목격했고 두 사람의 소통 후 퇴장 판정이 떨어졌다는 내용을 전해 들었다.


의아함이 해결되지 않았다. 국제축구연맹(FIFA) 및 대한축구협회(KFA)의 경기 규칙 12조 '파울과 불법행위'의 3항 징계 조치는 "음료수 병 또는 다른 물체를 던지거나, 발로 차는 행위"는 경고로 명시하고 있다. 만일 심판진이 이 부분을 짚었다면 옐로카드를 꺼내야 했다.

광주 구단 측에 연락을 취했지만, "우리는 경기 도중 벌어진 심판 판정에 대해 어떠한 입장도 전달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죄송하다"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경기 종료 후 약 24시간이 흐른 시점, 상황을 잘 알고 있을 법한 고참급 선수에게 연락을 남겼지만, 비슷한 반응을 내놓았다.

누구도 다이렉트 레드카드가 나온 배경에 대해 명쾌하게 알지 못했다. 이유라도 알 수 있다면 억울함을 덜 수 있는 상황이다. 일반적으론 구단이 직접 해명을 요구하면 될 터인데 이번 건은 그럴 수조차 없다.


규정 때문이다. K리그 구단은 심판 판정에 관해 부정적인 코멘트를 붙이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유는 한국프로축구연맹 정관 규정 제6장 상벌 유형별 징계 기준 '2.심판의 권위를 부정하는 행위'를 살피면 알 수 있다.

해당 규정 '가' 항목에 따르면 "경기 직후 인터뷰 또는 SNS 등의 대중에게 전달될 수 있는 매체를 통한 심판 판정에 대한 부정적 언급"을 할 경우 '5경기 이상 10경기 이하의 출장 정지', '500만원 이상 1,000만원 이하의 제재금 부과' 징계를 받을 수 있다. 또한 '나' 항목에 의거 "사후 심판 및 판정을 비방하는 행위"로 간주할 경우 '3경기 이상 10경기 이하의 출장 정지', '300만원 이상의 제재금 부과' 등의 철퇴를 맞을 수 있다.

이는 광주를 비롯한 누구도 해당 판정에 관해 속 시원하게 물을 수 없는 이유다. 이를 접한 팬들은 한 가지 의심을 지울 수 없다. 바로 심판진이 이정효 '감독을 길들이기 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이다.


이정효 감독은 직전 경기 포항스틸러스와의 맞대결에서 심판진을 향해 불만을 표했다. 다소 직설적인 표현이 중계 화면 너머까지 전달됐다. 당시 이정효 감독의 항의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단순 심판을 향한 비판이 아닌 선수 보호에 초점을 뒀기 때문이다. 경기 내내 과열된 분위기를 막고자 목소리를 냈고 그럼에도 경기는 걷잡을 수 없이 거칠어졌다.

결국 수비수 조성권이 어정원과 공중볼 경합 도중 충돌해 머리부터 떨어지는 안타까운 부상으로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이후 공교롭게도 바로 다음 경기에서 이정효 감독이 다소 석연치 않은 과정 끝에 퇴장을 명 받았다. 우연일 수 있긴 하나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긴 셈이다.


아직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이정효 감독은 다이렉트 레드카드에 대한 징계로 2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받게 될 가능성이 크다.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6월 윤정환(당시 강원FC) 감독이 김천상무와의 경기에서 종료 휘슬이 울린 뒤 그라운드를 등진 채 벤치 앞에 놓인 물병을 발로 차 2경기 출장 정지 처분을 받은 바 있다.

이정효 감독에게 같은 징계가 내려질 경우 남은 4월 남은 두 번의 홈 경기인 제주SK FC, 대구FC와의 경기에 벤치를 지킬 수 없다.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히는 것 역시 불가능하다. 의문점이 명확한 가운데 규정을 통해 재갈을 물렸다는 비판이 잇따르는 이유다. 물병을 발로 차는 행위는 잘못됐다. 다만 프로 스포츠다. 잘못되었다면 규정에 의한 판단을 내리면 될 일이다.


물론 다른 가능성도 있다. 심판진이 여태 누군가 제기하지 못한 혹은 놓쳤던 문제로 이와 같은 판단을 내렸을 수 있다. 이 경우 역시 무슨 근거로 이러한 결정을 내렸는지 기본적인 설명을 들을 수 있어야 한다. 만일 규정이 팬들과의 담을 만들고 소통할 수 없게 한다면 그 규정은 조속히 바뀌어야 한다. K리그의 높아진 수준만큼이나 팬들의 눈높이와 기대치가 함께 성장했다는 사실을 잊지 않아야 한다.

사진=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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